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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10~20년 정도된 구축 아파트가 인기다.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이들 아파트 매매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새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값이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축 아파트보다 시설이나 편의성이 떨어지고 당장 재건축을 기대하기도 어렵지만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신축과 재건축 아파트값 따라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집값 끌어올리던 신축·재건축 주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 상승률이 한풀 꺾이기 시작한 지난 3월 셋째 주(19일 기준) 이후 4월 말까지 약 한 달간 서울에서 지은 지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0.49%로 가장 높았고, 15년 초과~20년 이하가 0.48% 올라 그 뒤를 이었다. 5년 이하와 5년 초과~10년 이하는 각각 0.1%, 0.19% 오르는데 그쳤고 20년 초과 아파트도 0.1% 상승률에 머물렀다.
특히 서울 서북권(은평·서대문· 마포구)은 15년 초과~20년 이하 아파트 상승률이 0.88%로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0.29%)의 세배에 가까웠다. 서남권(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동작·관악구)에서도 연령대 10년~15년, 15년~20년 구간의 아파트 상승률이 나란히 0.78%로 다른 구간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인 동남권에서는 5년 이하, 5~10년 아파트값은 각각 0.28%, 0.18% 하락한 반면 10~15년, 15~20년 아파트값은 0.10%, 0.38% 올랐다.
마포구 창전동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 말부터 마포지역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오래된 아파트를 찾고 있다”며 “지하철역과 멀지 않으면서 근처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 아파트는 구축이어도 잘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축 가격 워낙 비싸다보니 관심 이동”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은 지 10년 이상이면서 20년을 넘기 전까지 아파트가 가격 상승률 면에서 가장 애매하다고 본다. 대략 입주 5년까지는 새 아파트인 만큼 모든 시설이 깔끔하고 다양한 혁신설계를 적용해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그만큼 집값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높고 하락기에도 크게 빠지지 않는다. 넓게 보면 입주 10년까지도 신축 아파트에 속한다. 반대로 20년을 넘어 30년에 가까워지면 오래된 아파트라 주차난과 배관 노후 등으로 살기는 불편하지만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격이 오른다.
이 때문에 새 정부 들어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작년 10월 이후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가격대가 높아지면서 부담이 커지자 실수요자들이 지은지 10~20년 가량 된 구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면서 가격 차 메우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담금 예상치 발표나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정부의 규제 타격도 컸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신축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그동안 가격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구축 아파트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10년 넘은 구축 아파트가 신축 아파트값과의 차이를 좁히는 갭 메우기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