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株 거품논란]②신약 개발 투자도 비용? 바이오 덮친 회계 이슈

차바이오텍, 개발비 비용처리로 적자…관리종목 지정
금융당국 테마감리 여파로 보수적 회계기준 적용 우려
셀트리온·삼성바이오 등도 대규모 개발비 자산 인식
  • 등록 2018-03-28 오전 5:01:00

    수정 2018-03-28 오전 7:40:04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의 회계 처리 우려가 현실화됐다. 금융당국이 올해 제약·바이오 업종의 회계를 테마감리 대상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퍼진 이후 처음으로 실제 개발비를 비용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안이하게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던 바이오 기업들이 보수적인 회계 처리를 할 경우 대규모 비용 발생에 따른 적자 등 실적 쇼크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감사 지적에…차바이오텍 관리종목行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차바이오텍(085660)은 지난 23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도 8억8000만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4사업연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 사유다.

작년 영업손실을 낸 이유는 개발비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예년 기준을 적용했을 때 작년 내부 결산 기준 약 5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외부감사인이 기준을 대폭 보수적으로 적용해 적자를 시현했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공시와 홈페이지를 통해 “외부감사인은 개발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발생한 경상연구개발비를 비용처리 했을 때 전년도까지 무형자산으로 인식했던 8억8000만원을 감소한 것으로 처리하라고 했다”며 “개발비 중 일부를 비용 전환하면서 뜻하지 않게 적자라는 감사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해 외부감사인과 경영진간 의견이 맞지 않아 작년도 감사의견은 ‘한정’을 받았다.

바이오기업이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은 예전부터 이뤄지던 회계처리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연구개발비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 특정요건을 충족할 때 무형자산으로 인식토록 했다. 다만 국내 일부 기업의 경우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임상 1상이나 전임상 단계부터 개발비를 자산화하는 등 회계 처리의 신뢰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년 R&D에 막대한 금액을 지출하는 바이오업종 특성상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무형자산으로 계상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실제 2016년말 기준 제약·바이오기업 상장사 중 55%가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하고 있다는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도 있다.

◇안이한 무형자산 회계 처리 기준 도마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 활성화 대책 기대감을 바탕으로 바이오 업종은 초기 임상 단계부터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종목이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낙관적으로 개발비를 자산 인식함으로써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받았다.

바이오기업들의 회계처리 문제가 수면 위로 부각되자 금융당국은 ‘개발비 인식·평가의 적정성’을 올해 테마감리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결산 결과에 대해 금융당국 점검이 들어갈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차바이오텍처럼 사전에 강화된 회계 기준을 적용한 기업이 등장한 것이다. 실제 이 회사는 개발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가 임상 2상 후 조건부 허가가 가능해 초기 임상도 자산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외부감사인이 동의하지 않아 비용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은 외부감사를 거쳐 일부 개발비를 비용처리해 작년 실적을 정정 공시하는 등 보수적 회계처리하며 선제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 결과 제넥신(095700)의 경우 적자폭이 더 커졌고 메디포스트(078160)는 당기순이익이 순손실로 바뀌기도 했다.

올해 대부분 기업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상태여서 개발비 회계 처리에 따른 적자 사태가 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테마감리 이후 개발비 회계 처리가 부각되면 바이오 기업들의 실적 쇼크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테마감리發 바이오 실적 쇼크 우려

주식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바이오기업 중 상당수는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셀트리온(06827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지난해 1~3분기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개발비는 각각 1171억원, 56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매출액의 17%, 19%에 달하는 수준이다. 같은기간 매출액 23억원을 기록한 바이로메드(084990)는 218억원의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했다. 지난해 상장한 티슈진(Reg.S)(950160)의 경우 2016년 매출액(133억원)과 무형자산 인식 개발비(99억원)가 큰 차이 나지 않았다. 무형자산 회계처리 기준에 해당했다는 게 당시 기업들의 설명이지만 차바이오텍의 사례처럼 보수적 회계기준이 적용될 경우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무형자산 인식 요건을 일률적으로 정하면 논란의 소지가 줄어들겠지만 회계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사는 “무형자산의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는데 회계 기준을 일률적으로 제한한다면 기업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자의적으로 판단하되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주석을 달아 이해 관계자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발비 논란이 바이오주 옥석을 가리는 시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론’도 있다. 허혜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R&D 비용 일부를 자산화하는 바이오 업체 불안감이 상승했지만 감사 시즌 마무리에 접어들어 관련 추가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R&D 업체와 리스크 완화 차원의 대형 제약사들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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