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전통음악이 이렇게 신선하고 매력적일 줄이야!”
지난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을 본 이들의 반응이다. 국악 밴드 잠비나이,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달, 소리꾼 김준수·김율희 등이 전통 음악의 현대적인 매력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이들은 26일 이데일리에 “전 세계에 국악의 새로운 매력을 알릴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악의 신선함 보여준 아티스트들
잠비나이는 폐막식 중 ‘조화의 빛’ 무대에 깜짝 등장해 ‘소멸의 시간’을 연주했다. 개폐회식 공동 음악감독 중 한 명인 원일 음악감독으로부터 지난해 초 출연 제안을 받았다. 리더 이일우는 “한국적인 음악이라고 하면 전통음악을 보여줄 거로 생각하는데 현대적인 요소를 접목시킨 잠비나이를 많은 사람 앞에 소개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두번째달은 소리꾼 김준수, 김율희와 함께 선수단 입장을 장식했다. ‘쾌지나 칭칭 나네’를 비롯한 민요와 판소리를 빅 브라스 재즈로 편곡해 흥겨움을 선사했다. 두번째달의 리더 김현보는 “인디에서 활동하던 우리를 국가 행사에 초대해준 것 자체가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폐막식 선수단 입장음악은 두번째달이 작곡하고 김율희가 작창했다. 김현보는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신나는 음악으로 국악은 ‘한(恨)스럽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번째달은 서양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월드뮤직 그룹으로 2016년 소리꾼 김준수·고영열과 함께 ‘춘향가’를 재해석한 ‘판소리 춘향가’를 발표해 국악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오는 3월 17일과 18일 서울 대학로 티오엠(TOM) 2관에서 가질 단독공연에서 폐막식 선수단 입장음악을 편곡해 공연할 계획이다.
김준수는 국립창극단 단원, 김율희는 퓨전 국악그룹 바라지 멤버로 국악의 현대적 작업을 이어왔다. 김준수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큰 무대에서 판소리를 보여드려 좋았다”며 “앞으로도 판소리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율희는 “이번 폐막식을 계기로 현대적인 작업을 하는 국악인의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전통과 현대의 스펙터클 보여줘”
이하늬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으로 잠비나이와 함께 등장해 한국 전통춤 ‘춘앵전’을 선보였다. 이하늬는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무대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폐회식에는 K팝 스타 씨엘과 엑소가 등장했고, 마지막은 네덜란드 출신 인기 DJ 마틴 개릭스의 흥겨운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으로 장식했다.
해외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빌보드는 25일(현지시각) “K팝의 독보적인 아티스트인 씨엘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웨그 넘치는 히트곡 ‘나쁜 기집애’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열창해 스타디움 전체의 떼창을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이일우는 “해외 팬들도 센세이션한 무대였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뒤 대한민국 선수들과도 만났다. 이일우는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더욱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원일 음악감독은 “폐막식에서는 미래로 나아가는 전통의 역동성에 음악의 초점을 맞췄다”면서 “개막식 때보다 전통과 현대가 더욱 거침없이 부딪히는 스펙터클을 공연과 음악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