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비해 열악하기 짝이 없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시간당 임금 수준은 300인이상 사업체 대비 2012년 55%였던 게 2016년 52%로 더 떨어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 비중도 40%(2016년 기준)를 웃돈다. 체격과 체질 모두 대기업에 비해 초라하다.
중소기업의 초라한 현실이 대기업 책임이라는 게 문재인 정부 레토릭이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 그런 대기업에 동네에서 왜 깡패짓 하느냐고 따져묻는 게 아닐까. ‘대기업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가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완장차고 진두지휘하고 있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완장행렬에 가세한 형국이다.
일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피눈물나게 하는 사례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걸 일반화시켜서 중소기업의 생로병사를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중소기업을 너무 오냐오냐 키워온 정부 잘못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보행기만 태워선 혼자 설수 없는데 과보호를 해왔다는 비판이다. 대부분 업종의 기업은 크건 작건 글로별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지속성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시장이 협소한 데다 한국엔 대기업과 공기업이 이미 그물망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만이 틈새를 파고들거나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다.
중국이 글로벌 기업을 잇따라 배출하는 건 시장이 큰 것도 있지만, 뭐든 한번 해보게 놔두자는 공산당 지도부의 통큰 철학이 배경이다. “임자 한번 해봤어”라고 수없이 질문했다는 현대차 창업자 정주영 회장의 경영철학과 맥이 닿아있다. ‘혁신성장’이든 ‘소득주도 성장’이든 규제 갑질이 사라지지 않으면 궤도에 오르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전봇대를, 박근혜 정부는 손톱밑 가시를 빼겠다고 했다. 멋진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허당이었다. 최고의 경제정책은 규제를 줄여 기업가 정신을 움트게 만드는 것이다. 규제사슬은 꾀만 내는 ‘사업가’를 만들 뿐이다. 규제를 철폐해야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기업가’가 태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