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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2015년 8월, 기자회견을 통해 꼬여버린 경영권 실타래를 풀 실마리를 이렇게 밝혔다. 29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주식회사(롯데지주)’가 탄생하면서, 신 회장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 이제 신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신 회장이 지배구조를 완벽히 개편하기 위해서는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그룹 내 ‘린치핀’(핵심축)으로 꼽히는 호텔롯데를 일본롯데 ‘그늘’ 아래서 빼와야 한다.
호텔롯데를 지배해야 ‘캐시카우’ 쥔다.
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 계열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이 중 4개 투자회사를 다시 롯데제과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합병하는 과정을 거친다. 오는 10월 초 롯데지주가 공식 출범하면 롯데제과 등 4개사가 서로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관계가 정리돼 얽혀있던 순환출자고리가 상당 부문 정리된다. 롯데그룹은 2015년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고리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현재 67개까지 줄었다. 이번 분할합병으로 인해 순환출자고리는 18개까지 감소하게 된다.
호텔롯데가 중요한 이유는, 호텔롯데 자회사로 있는 롯데물산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만 2조5443억원을 기록해 그룹 최대 ‘캐시카우’가 된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기 때문이다. 즉 신 회장이 그룹 전체를 통솔하기 위해서는 롯데지주와 별개로 호텔롯데 내 지분을 끌어올려, 그룹의 ‘돈줄’이 된 롯데케미칼 내 영향력을 견고하게 유지해야만 한다.
호텔롯데 IPO 뒤 지주회사 통합은 연기할 수도
일각에서는 호텔롯데 IPO 후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을 지배하게 된다면, 롯데가 무리하게 호텔롯데와 롯데지주의 통합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사건’에 연루된 상황에서, 호텔롯데 IPO와 ‘롯데지주-호텔롯데’ 간 통합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호텔롯데 IPO는 주주와의 약속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시점이나 대안 등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롯데는 지주회사를 통해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온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경영체계를 완벽히 다듬기 위해서는 수직적인 계열사 간 관계를 (호텔롯데 IPO 등을 통해) 수평적으로 바꿔야만 할 것”이라며 “롯데지주만으로는 핵심계열사를 콘트롤할 수 없는데 이렇게 되면 계열사의 전문성을 살리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