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누각·불공정' 비난받았던 檢…'자연인' 박근혜 수사 2라운드

2기 특수본 형사8부 중심으로 朴 수사 준비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 등 13개 혐의 적용
헌재 파면 결정으로 수사 정당성 되찾아
대선 편들기 논란 의식 수사 연기 가능성
  • 등록 2017-03-13 오전 5:00:00

    수정 2017-03-13 오전 5:00:00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이끌었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 첫째)과 노승권 1차장(둘째)이 청사를 나서고 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위해 2기 특수본을 구성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검찰이 자연인 신분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채비에 나섰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그동안 수사를 가로막았던 장애물도 사라졌다.

지난해 말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결과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모래 위에 지은 집(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비아냥과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대면조사를 거부당했던 검찰은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문제는 헌재의 파면 결정과 동시에 대선정국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지나치게 서두를 경우 검찰 수사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朴 수사채비 끝…‘사상누각’ 비아냥 되갚는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가 맡게 될 공산이 크다. 검찰은 지난 6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하는 두번째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을 꾸렸다.

형사8부를 비롯해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근수) 등 3개 부서가 우선 동원됐다. 검사 수만 3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첨수2부는 우병우 수사팀으로 확정됐다. 특수1부는 삼성 외 대기업 뇌물죄 수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형사8부가 남게 된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 등 13개다. 검찰이 8개 혐의를 확정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사건을 넘겼고 특검 수사를 거쳐 5개 혐의가 추가돼 돌아왔다.

눈에 띄는 대목은 최순실씨와 공모해 대기업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수백억원의 금품을 챙겼다는 뇌물수수 혐의다. 이미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공범인 최씨의 유죄 여부와 직결될 수 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조사를 통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3개월간 지속됐던 특검 수사의 성패까지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기 특수본 시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에 모두 실패했던 검찰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가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부터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며 “특검 수사자료까지 더해져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가 더욱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헌재의 파면 결정도 결과적으로 검찰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죄목으로 명시한 것은 8가지로 ‘최씨와 함께 사익을 챙길 목적으로 기업의 경영 자율성과 재산권을 침해하고 이 과정에서 국가 기밀문서까지 외부로 유출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 근거로 헌재는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원 출연 강요, 현대차·KT의 납품·광고계약 체결 압박, 롯데의 K스포츠재단 70억원 추가 출연 요구 등을 제시했다.

헌재가 현직 대통령 파면의 배경으로 지목한 위헌·위법 사실들인 만큼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해 재판이 시작되더라도 검찰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재의 판결과 법원의 판결은 법률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게 맞다”면서도 “최고의 사법기구 중 하나인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결정을 일선 판사들이 쉽게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정국에 강제수사, 역풍 맞을 수도

표면적으로는 언제든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수사를 착수할 수 있지만 현 정국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녹록치 않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당한 만큼 헌법에 정해진 60일 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여권 지지도 하락으로 야권 대선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섣불리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나선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야권 편들기라는 지적과 함께 친박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 결집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검찰이 정치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비슷한 맥락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나 구속 수사 등 강제수사도 실제로 실천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기는 순간 지지자들은 사저 인근을 ’인(人)의 장막‘으로 둘러쌀 것으로 예상된다. 체포영장이든 구속영장이든 강제 집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직 검찰 간부는 “대선 정국에 수사를 강행하면 자칫 누구를 편드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행여 박 전 대통령이 구속이라도 된다면 검찰은 물론 야권까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일단 수사를 위한 진용만 꾸려놓은 뒤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뇌물공여 의혹을 받는 대기업 관련 수사를 우선 시작한 뒤 박 전 대통령 수사는 법리 검토 등을 이유로 뒤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재판이 시작된 최씨와 이 전 부회장의 공판 진행 추이를 지켜보며 박 전 대통령 수사에 나설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의 박 전 대통령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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