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다른 '멘탈 갑' 그녀들…클래식판 접수

세계 콩쿠르무대 휩쓴 '테크닉'
실력은 기본, 강심장 무대매너
신지아·김수연·클라라 주미 강
동갑내기 '바이올린 검색' 활약
손열음 건반 위 독보적 존재감
디바 황주미 유럽서 종회무진
  • 등록 2016-02-04 오전 6:18:47

    수정 2016-02-04 오전 6:26:19

지난해에 이어 올초 ‘기·승·전·조성진’이었다면 이번엔 여성 음악가에 주목할 차례다. 해외를 누비며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는 여제들이다.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임지영·클라라 주미 강(사진=크레디아·서울시향·금호아트홀).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해 7월 23일. 장소는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한창이던 강원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 2015년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바이올린부문서 우승한 임지영(21)이 피아니스트 김다솔(27)과 함께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연주를 끝내자 정명화·정경화 공동 예술감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두 거장은 떠오르는 기대주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음악제의 하이라이트인 ‘저명연주가 시리즈’의 포문을 갓 스무살을 넘긴 임지영이 당당히 연 순간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피아니스트 손열음(30)은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하프시코드 세계 데뷔 무대를 치렀다. 그해 8월엔 피아니스트인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을 대신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정 전 감독의 목 디스크 컨디션 난조로 당일 리허설 전 뒤늦게 교체됐다. 이날 손열음은 메시앙의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선보여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이 어마어마한 일을 벌인 ‘멘탈갑’ ‘강심장’은 바로 겁 없는 젊은 여성음악가였다. 한번 몰입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 자타가 공인하는 날카로운 내공으로 아저씨, 삼촌팬을 불러모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 초 클래식음악계가 ‘기·승·전·조성진’이었다면 이번엔 여성음악가를 주목할 차례다. 일찍부터 쌓은 탄탄한 기량에다가 설득력 있는 해석력, 남다른 개성과 미모까지 갖춰 여성 걸그룹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한국 여성음악가 가운데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소프라노 황수미 등이 해외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며 “실력은 기본이고 재능과 스타성도 높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고, 발전을 기대할 만한 재원”이라고 귀띔했다.

바이올린 여신들, 전성기 열다

바이올리니스트 선두그룹에는 동갑내기 김수연(29)·신지아(29)·클라라 주미강(29)을 비롯해 최예은(27)·임지영이 활약 중이다. 차세대 음악가로 통하는 이들은 클래식 부흥을 이끌 ‘바이올린 여신’으로 묶인다. 현란한 테크닉에다가 세계 유수의 콩쿠르 우승을 거머쥐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해의 시작은 최예은이 열었다. 고국 무대가 많지 않던 최예은은 지난달 서울시향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으로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정 전 감독을 대신해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최예은은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인 안네 소피 무터의 후원을 받는 연주가로 유럽과 미국이 주 무대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지난해 차이콥스키콩쿠르에서 4위를 차지한 클라라 주미 강은 가장 전문가다운 무대 매너와 음색을 가진 연주가로 꼽힌다. 외모만큼이나 테크닉도 완벽해 외국 매니지먼트사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술의전당 데뷔 20주년을 맞아 오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특별한 연주회를 갖는다.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오보에 수석 조나단 켈리와 함께 실내악단 베를린바로크솔리스텐과의 연주회다.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협주곡’,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등을 들려준다. 25일과 27일 평창겨울음악제 무대에도 오른다. 4월 30일에는 처음 내한하는 독일 쾰른챔버오케스트라와는 바로크와 고전주의 정수를 선사할 예정.

KBS 1TV 클래식 음악프로그램 ‘더 콘서트’에서 사회를 맡아 전천후로 활약하는 신지아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6 밸런타인데이 콘서트’를 연다. 또 김수연은 12일 서울시향과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2009년 유니버설뮤직과 전속계약을 맺은 뒤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모차르트, 바흐, 슈베르트 등의 작품을 수록한 앨범을 잇달아 내놓았다. 강건한 테크닉과 깊이있는 음색이 일품이다.

피아노는 ‘손열음’ 디바는 ’황수미’

“손열음이 대단한 건 뜨거운 걸 냉정하게 읽어내서야. 그래야 진짜 뜨거운 게 나오지.” 2014년 화제가 된 JTBC 드라마 ‘밀회’에 나오는 대사 한토막이다. 그 대사처럼 손열음은 이성적으로 무대를 지배하는 걸로 유명하다. 감성을 다루면서도 특유의 표현력과 전달력으로 이성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아 건반 위의 김연아로 통한다. 국내 여성 피아니스트로는 독보적이다.

소프라노 황수미(사진=아트앤아티스트).
지난해 하프시코드 연주가로 데뷔한 손열음은 꽉 찬 서른을 맞아 모던타임스로 돌아온다. 2013년 리사이틀 이후 3년 만이다. 19일부터 3월 4일까지 전국을 순회하고 27일엔 서울 청중과 만난다.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과 ‘라 발스’부터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중 3개의 악장, 거슈윈의 ‘스와니’까지 20세기 초반 곡으로 레퍼토리를 채웠다. 이달 초 첫 음반도 나온다. 이번 독주회 때 연주하는 곡을 담았다. 작년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매니지먼트사 ICA와 계약을 맺었다.

소프라노 황수미는 2014년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성악부문 우승 직후 유럽 성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독일 본 오퍼소속 주역가수로 활동 중이다. 8월 18일 문을 여는 롯데콘서트홀 개관 프로그램을 통해 11월에는 고국 무대에 오른다. 공연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는 “황수미는 목소리의 질감이 고급스러우면서도 힘과 품격을 고루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며 “외모와 연기력은 물론 화법까지 좋아 무대 장악력과 전달력이 뛰어나다. 오페라 아리아부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베르크 등의 독일가곡까지 레퍼토리가 매우 넓은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지난해 24일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에서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하프시코드로 연주하고 있는 모습. 이날 손열음은 세계 첫 하프시코드 데뷔 무대를 치렀다(사진=대관령국제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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