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친 게 아냐 사랑이 필요했을 뿐"

프랑스 연극 '엘리펀트 송' 초연
정신과의사·환자의 숨막히는 두뇌게임
동명영화서 탄탄한 드라마 검증
'대학로의 아이돌' 배우 캐스팅 기대감 높여
내년 1월31일까지 수현재씨어터
  • 등록 2015-11-26 오전 6:16:00

    수정 2015-11-26 오전 6:16:00

연극 ‘엘리펀트 송’의 한 장면(사진=나인스토리).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한 소년이 코끼리인형을 들고 침대에 앉아 있다.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자유. 고백할 게 있어요. 아까 한 말 다 거짓말이에요.” 정신과의사인 그린버그 박사와 환자 마이클. 긴장감 속에 이들의 알 듯 모를 듯한 대화는 이어진다. “너의 게임에 놀아나고 싶지 않아. 로렌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지?” “내 얘기 들어주면 나머지 쪽지를 드릴게요. 나를 찾아온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어떤 짓을 했는지만 궁금해했어요.” 마이클은 어린 시절 겪었던 잊지 못할 트라우마와 아픔을 조심스럽게 털어놓는다.

프랑스 연극 ‘엘리펀트 송’이 국내서 첫선을 보였다.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서 공연하는 작품은 이미 해외 원작 연극과 동명영화를 통해 탄탄한 드라마를 검증받았다. 2004년 캐나다 스트랫퍼드 축제에서 초연한 후 프랑스 파리의 몽파르나스 극장에서 100회 이상 공연했다. 이후 캐나다, 미국, 영국 등 세계 전역으로 퍼져 작품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지호는 “영화를 먼저 본 관객은 스릴러나 서스펜스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 작품은 부모의 사랑을 못 받고 자라난 주인공의 결핍을 다룬 휴먼드라마”라며 “살아가면서 사랑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걸 확인하고 싶어하는 마이클의 간절함이 잘 드러나길 의도하며 연출했다”고 말했다.

연극 ‘엘리펀트 송’의 한 장면(사진=나인스토리).


또 다른 정신과의사인 로렌스 박사의 실종사건을 둘러싸고 병원장 그린버그 박사와 마지막으로 로렌스를 목격한 환자 마이클 간의 숨막히는 두뇌게임이 작품의 묘미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전개를 이어가지만 그 안에는 ‘사람’과 ‘사랑’에 대한 뜨거운 감정이 있다. 작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은 마이클이다. 그는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유일한 목격자이자 열쇠다. 김 연출은 “마이클에 온전히 집중해서 봐야 하는 작품”이라며 “대사와 배우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대학로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배우 박은석·정원영·이재균이 마이클 역을 번갈아 맡고 정영주·고수희·김영필·정원조 등이 함께한다. 정원영은 “안타깝게도 죽음으로 이어지지만 자유를 향해 가는 마이클의 한마디 한마디가 주는 의미가 있다”며 “본래 갖고 있던 이미지를 최대한 감추고 밝음 속에 어두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은석은 “인간의 가장 큰 결핍은 사랑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고, 이재균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이 어떤 이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며 “마이클의 감정과 호흡 등을 생각하면서 진심을 담아 연기하려 했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연극 ‘엘리펀트 송’의 한 장면(사진=나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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