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탄 부동산]'미친 전셋값'이 집값 끌어올렸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70%..실수요자 위주로 매매 늘어
노원구 매매 가장 활발..중랑구는 거래 증가율 최고
  • 등록 2015-02-17 오전 4:00:05

    수정 2015-02-17 오후 2:13:45

그래픽=이동훈 기자 ohyes200@edaily.co.kr
[이데일리 정수영·이승현·신상건 기자] 1. 집을 샀다. 결혼 후 10년만이다. 얼마 전 전세를 월세로 돌리겠다는 집주인의 일방적 통보에 고심하다 월세가 아닌 매매 쪽을 택했다. 집주인은 2억 5000만원인 전셋값에 오른 보증금 5000만원을 전·월세 전환율 6%로 계산해 월 25만원씩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돌리겠다고 알려왔다. 5000만원에 대한 은행 이자보다 매달 10만원씩 더 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사는 곳보다 평수는 조금 더 작지만 3억원대 초반에 급매로 나온 집이 있길래 바로 계약을 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40대 박경수씨)

2. 은퇴를 앞둔 50대 후반 직장인이다. 은퇴 후 노후생활비 마련을 고심하다 모아둔 저축과 일부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 총 투자액은 2억 5000만원(대출 5000만원 제외). 초소형 오피스텔 두 채를 분양받으면 연 5%씩 계산해 월 얻을 수 있는 수익금이 은행 이자보다 낫다는 계산이다. 오피스텔을 처음 분양받을 때는 4.6%인 취득세도 면제(임대사업자 등록시) 받을 수 있어 그만큼 절세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시 호원동 김모씨)

전셋값 상승세가 매매 시장을 떠받치기 시작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베이비부머들도 매매시장에 합류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 수요는 강남권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세→매매 전환 활발…집값 끌어 올렸다

전세 물량의 월세 전환 및 저금리 장기화가 낳은 전셋값 급등 현상이 주택 매매 거래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1월 말 기준 전국이 70.2%, 서울이 66.1%다. 한 달 전에 비해 전국은 0.2%포인트, 서울은 0.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서울 강북권의 경우 전셋값 부담에 매매로 돌아선 수요가 급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거래량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지난해 아파트 매매 거래가 가장 활발한 곳은 노원구, 거래량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중랑구다. 중랑구는 1년간(2014년 3월~2015년 2월) 거래량이 29.6%로 서울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입이 늘면서 집값도 상승세다. 서울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4.5%포인트 올랐다. 거래량 증가 폭이 가장 많이 늘었던 중랑구도 2.5%포인트 상승했다. 노원구 중계주공5단지 전용면적 76㎡짜리 아파트는 지난해 3억원대 후반에서 현재는 호가가 4억원대 초반으로 뛰었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도 증가

저금리 장기화 속에 부동산 투자 수요도 늘고 있다. 예전처럼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위한 장기 투자는 줄어든 반면 은행에 목돈을 묻어두지 않고 월 수익을 얻기 위해 부동산 상품에 투자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상가와 오피스텔, 분양형 호텔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최소한 은행 이자보다는 수익률이 낫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은 결과다.

실제로 부동산114 조사결과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오피스텔 수익률은 전국 평균 5.71%, 서울 5.29%로 1년 전 각각 5.78%, 5.34%에 비해 하락했다. 하지만 다른 은행 예금금리가 2%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 입장에선 이 정도 수익률도 괜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으로 월세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지만 다른 투자상품도 마찬가지여서 이 정도면 만족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공급 과잉으로 임차인이 적은 지역의 경우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수요 강남권 재건축로 일부 유입”

전문가들은 올해 전반적인 집값 상승을 점치고 있다. 유안타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미분양 물량이 크게 줄고 매매 거래량도 증가하는 등 최근의 부동산 지표는 주택 구매력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수요 회복에 따른 가격 상승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투자 수요도 늘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함영진 센터장도 “강남권 재건축 물량은 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가격 변동 폭도 일반아파트보다 크다”며 “올해도 정책과 시장 흐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곘지만 투자 수요는 어느 정도 따라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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