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 `유럽 악재의 두 얼굴`

  • 등록 2012-05-10 오전 5:34:21

    수정 2012-05-10 오전 5:34:21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연이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유로존 악재로 인해 개장초부터 큰 폭으로 하락하다가 오후장 들어 활발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절반 이상 좁히며 마감되는 식이다. 미국쪽에서 반등을 이끌만한 호재도 없었는데 말이다.

여기서 유럽 악재의 두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프랑스건, 그리스건, 스페인이건 어떤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은 아니지만,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갯속이라는 게 악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를 짐작할 수 없으니 불안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더블랙베이그룹의 토드 쉔버거 이사는 이를 암(癌)에 비유한다. 그는 "도저히 유로존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인데, 지금 유로존 이슈는 마치 암세포처럼 지속되며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며 "이제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어떤 형태의 빨리 조치를 취해야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조치가 확인될 때까지 시장에는 잠재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쪽 기업 실적이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모멘텀이 되기 위해서는 유로존에서 조금이라도 개선 조짐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미어/퍼스트앨리드증권의 마크 마티악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은 유로존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려로 인해 가격 조정을 받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투자자들은 매수를 더 망설이게 될 것이고, 그나마도 방어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견조한 이익을 내고 있고 이 덕에 밸류에이션도 매력적이지만, 유로존 불확실성이 조금이라도 해소돼야 투자자들도 자신감을 갖고 매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PNC웰스매니지먼트의 제임스 더니건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유로존에 대한 불안감이 확실히 커지고 있고 그리스 선거 결과 디폴트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분명히 더 커진 게 사실"이라며 "이같은 유로존 불안은 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 수 밖에 없고 투자자들도 뒤늦게 주식 비중을 줄이는데 동참하면서 매물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유로존 이슈 자체가 아직 현실화된 악재가 아닌 만큼 조금씩이라도 개선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경우 금새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파이어니어인베스트먼트의 존 캐리 매니저는 "그리스 긴장이 시장을 억누르고 있고 새로운 구제금융 가능성을 열어둬야할 것"이라며 "투자자들로서는 이같은 악재는 얼마나 시장에 위험하고 충격이 큰지 가늠하기조차 어렵고, 그래서 더 큰 부담"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대신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큰 만큼 상황이 조금만 개선되는 징후를 보인다면 뉴욕증시는 반등 모멘텀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도 잊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이틀간의 뒷심 역시 유로존 여건 개선을 염두에 둔 일종의 `스마트 머니`로 보는 분석도 있다.

로즈클리프캐피탈의 마이클 머피 헤지펀드 매니저는 "유로존 불안에 아마추어들이 오전장 시작하자마자 매물을 내놓으면서 지수가 크게 하락했지만, 이틀째 막판 스마트 머니가 유입되며 지수가 낙폭을 크게 줄이는 모습"이라며 "당분간 지수는 하락압력을 받겠지만, 오히려 앞으로 시장 리스크는 상승쪽이 더 클 수 있다"고 점쳤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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