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움켜쥐고 있던 신용위기와 고유가 악재가 완화되면서 서서히 되살아나던 투자심리는 한순간에 급격히 냉각됐다. 메가톤급 악재는 다름 아닌 `주택`이었다.
주택. 새삼스러울 것 없지만 강력한 악재다. 신음하고 있는 미국 경제 병인(病因)의 한 축이 고유가라면 다른 한 축이 바로 주택이다. 신용위기도 주택 시장의 침체에서 파생됐다.
기존주택판매는 지난 1월과 4월 최저치를 기록한 뒤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6월 다시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주택시장의 바닥이 멀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잠재 구매자들은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구매를 미루고 있다. 실제로 차압된 주택의 매물이 누적되면서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주식시장이 주택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주택 침체가 `원조 악재`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침체의 가속화는 모기지 부실과 함께 이를 기반으로 각종 파생상품을 내다 판 은행권의 손실을 키울 것이 뻔하다. 이는 신용시장 회복 시점의 지연, 또는 또 다른 신용시장의 파국 가능성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전개돼온 `집값 하락→소비심리 위축→기업재고 확대→생산 감축 및 감원→경기후퇴(recession)`의 시나리오를 재생, 반복시킬 것이라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 이날 `채권왕` 빌 그로스의 발언은 주택시장 침체의 파급 효과를 정확히 되뇌이며 투자자들의 우려감을 증폭시켰다.
그는 "주택 가격 하락으로 금융권의 부실자산 상각규모가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금융권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상각 규모가 1조달러가 되면, 문제는 자본확충만으로 이를 충당할 수 없어 자산 매각과 대출 축소가 불가피하고, 이러한 요인들이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해보면 주택가격이 회복될 때까지 주식시장이 지속적인 랠리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번 주초 헨리 폴슨 재무장관도 유사한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유가 악재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미국 경제는 당분간 두 차례의 파국으로 치달았던 신용위기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고유가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전망이다. 증시에 대해서도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