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용불안 해소..초점은 유가로

  • 등록 2004-05-08 오후 7:47:53

    수정 2004-05-08 오후 7:47:53

[edaily 황현이기자] 미국 경제의 취약지구로 지목되던 고용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7일(미국 현지시간) 노동부가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서 신규 일자리수가 당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마침내 그간의 경기침체에 `공식적인` 마침표가 찍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기 회복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던 고용 부진이 상당 부분 해소돼 미국 경제는 한 시름을 덜게 됐다. 그러나 유가가 전통적인 비수기에 들어서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원유는 산업 및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만큼 지금처럼 비싼 가격이 유지될 경우 경제가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와 정치권의 관심 역시 고용에서 유가로 옮겨가고 있다. ◆"미 경제 모퉁이 돌아섰다" 미 노동부는 4월에 새로 생긴 일자리수가 28만8000개고 실업률은 전월의 5.7%에서 5.6%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17만개 가량의 일자리가 생겼을 것으로 내다봤던 전문가들이 무색해질 만큼 빠른 속도로 고용이 회복되고 있음이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이제 경기 회복의 지속력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사라지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의 데이비드 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없는 회복이 끝났다는 것을 명시하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임스 글래스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회복은 행정부의 공격적인 감세와 초저금리의 힘이었지만 이제부터는 경제가 가계주체들의 생산활동 편입 및 소득증대에 기반한 자체적인 성장 동력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상이 나오고 있다. 33만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 지난 3월에 이어 2개월 연속으로 고용시장이 대폭 개선됨에 따라 향후 월 20만건 이상의 꾸준한 고용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집권 이후 200만명을 실업자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아 온 공화당 행정부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축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감세 정책이 마침내 일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자평했다. 존 스노 재무장관은 "앞으로 더욱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모퉁이를 돌아섰다"고 선언했다. ◆유가 사상 최고치 근접 고용있는 회복이라는 빛은 그러나 고유가라는 그림자에 의해 흐려지고 있다. 7일 뉴욕 상품시장에서 국제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6월 인도분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했다. WTI가 40달러를 넘어서기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던 199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WTI가 결국은 39.93달러로 마감하기는 했지만 배럴당 40달러라는 심리적인 저항선이 한번 무너진 만큼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41.15달러가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들썩이고 있다. 유가 상승은 산업사회 전체의 비용 압력을 증가시킨다. 미국 경제의 경우 제조업의 비중이 축소면서 이전에 비해서는 원유가 등락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고유가에 따른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용증가라는 소식을 접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가까운 시일 내에 긴축에 나설 공산이 커진 상황에서 유가까지 인플레 및 금리인상 압력을 부채질할 경우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늘고 있다. ◆대선 후보간 `유가 공방` 거세질 듯 일부 분석가들은 중동 산유지역의 정정불안이 가라앉기만 한다면 유가가 금세 하향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원유 수요가 강하기는 하지만 나이지리아, 멕시코 등에서 수입을 꾸준히 늘려온 덕에 실제 재고 수준이 점차 건전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상업용 원유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3% 이상 많아졌다. 특히나 최근의 유가 상승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 생산시설에 대한 테러 위협이 가수요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다 산유국 모임인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주변의 기대와는 달리 고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헤지펀드 등의 투기적인 매수세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 안정에는 미국 행정부의 정치적인 해결 능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흉흉해져 있는 중동 지역의 민심을 달래 테러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정부가 보다 직접적으로 수급에 관여,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풀고 OPEC에 증산을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현재의 고유가에는 정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게 되면서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11월 전까지 유가와 관련된 각당 후보들의 캠페인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고유가가 고용부진이라는 악재를 씻어내기 시작한 공화당 행정부의 최대 약점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7일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부시 행정부는 휘발유 가격을 낮추겠다고 거듭 약속해 왔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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