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것은 외평기금을 끌어다 쓰겠다는 방안이다. 외평기금이 환율 변동에 따라 달러·원화의 수급 조절로 환율을 안정시키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요동치는 국제정세로 인해 환율 불안이 부쩍 심해진 요즘 상황에서 걱정이 앞서는 게 당연하다. 정부는 현재 전체 외평기금 재원이 270조원이 넘기 때문에 그중에서 4조~6조원 정도 꺼내 쓴다고 해도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처지에서 ‘외환 방파제’에 손대는 자체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최근 외평기금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도 그런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약속이 불과 한 달 만에 깨져버린 셈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세수 결손 사태를 막으려면 일단 지출하고 보는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 선심성 예산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세입 규모에 맞춰 세출 내역을 조절하면서 증세 방안의 효율화로 새로운 세원을 확보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 건전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고도 이를 지키는 데 소홀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나라 곳간에 구멍이 나고 있다면 구멍이 더 커지기 전에 지출을 줄이면서 서둘러 막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