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 미국인은 전체 인구 3억4000만명의 1%가 조금 넘는 약 440만명에 불과하지만, 단순 인구로 환산할 수 없는 영향력을 뿜어내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지난 2011년 미국 내 인도계 경영진의 활약상을 전하며 “인도의 주요 수출품은 최고경영자(CEO)”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인도의 주요 수출품 목록에 ‘정치인’을 넣는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실리콘밸리를 접수한 인도계가 이제 워싱턴 정계까지 뒤흔드는 모습이다.
미국의 최초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란 타이틀을 보유한 해리스는 이제는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아시아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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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 역사를 쓰게 될 해리스의 뿌리는 이민자 출신 가정이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인종적으로 흑인이자 아시아계로 분류된다. 아버지는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교수였고 어머니는 UC버클리에서 암을 연구한 과학자였다.
인도계 미국인들은 대체로 다양한 인종과 종교에 관대한 민주당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보수적인 공화당에서도 최근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트럼프 대항마’로 활약했던 니키 헤일리다. 공화당 텃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나고 자라 38세에 최연소 주지사까지 오른 그는 인도 펀자브 출신의 시크교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본명은 니마라타 니키 란드하와라였다. 1996년 결혼 후 기독교로 개종했지만, 남편과 함께 시크교 연례행사에 여전히 참석하는 등 인도계라는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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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샤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힌두교도였고 훌륭한 부모로 만든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인도계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강경보수인 밴스와 달리 10년 전 민주당원이었다.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소수계 유권자의 표심을 돌려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우샤는 미 역사상 최초로 인도계 세컨드 레이디가 된다. 트럼프 2기의 약점을 채워 줄 ‘막후 실세’가 될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러한 미국 내 인도계 급부상에 대해 주목한 적이 있다. 2021년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 화성탐사 로봇 ‘퍼시버런스’ 착륙을 감독한 ‘스와티 모한’과 얘기를 나누다가 1983년 인도 카르나타카주에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 여성 과학자라는 배경을 전해들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인 해리스와 ‘바이든의 입’으로 불리는 비나이 레디 백악관 수석 연설문 작성자를 언급하면서 “인도계 미국인들이 나라를 장악하고 있어 놀랍다”며 “여러분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소수인종 가운데 유독 인도계 약진이 두드러진 데에는 오랜 이민 역사와 극성인 교육열에 있다. 1965년 개정한 이민법 이후 최근 20여년간 기술 인력에 대한 미국 IT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도의 고학력 IT 인력 등이 미국에 정착했다. 이러한 영향에 미국 내 아시아인 중 인도계가 중국계를 제치고 가장 많이 자리 잡았고, 평균적으로 가장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그룹으로 평가된다.
인도계 미국인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소수 민족이 됐는데 이는 한 세기 전만 해도 사회 서열의 최하층에 속하는 빈곤한 소수 민족이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다. 미 월간지 더 네이션은 “인도계 미국인의 급부상은 21세기 미국에서 가장 놀라운 국내 사건 중 하나이자 다문화주의의 위대한 성공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