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우리나라 소비자물가가 3.2% 상승해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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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데일리가 ‘12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에 앞서 국내 증권사 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2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2%(중간값)로 집계됐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추세적으로 하락해 올 7월 2.3%까지 떨어졌다. 8월(3.4%) 재차 반등한 뒤 9월(3.7%), 10월(3.8%) 상승폭을 키우다 11월(3.3%) 상승세가 꺾였다. 전망대로라면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다.
농축수산물 가격 부담이 남아 있지만,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둔화했을 것이란 평가다. 전월대비 0.2%(중간값) 상승률이 전망됐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11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비 -0.4%를 기록하면서 두 달 연속 하락했다”며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명목 물가의 안정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에너지 가격과 환율 안정이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26일 기준 12월 평균 배럴당 77.07달러를 기록해 11월(83.55달러) 대비 6.48달러 하락했다. 12월 평균 환율은 이날 기준 1306.1원으로 11월(1308.0원)보다 1.9원 내렸다.
내년 물가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 의견이 갈렸다. 전문가들의 전망치 범위가 2.4~3.0%로 최솟값과 최댓값 격차가 0.6%포인트나 났다. 한국은행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잡고 있다. 다만 내년 전반적으로 물가가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둔화 속도가 더디겠으나 하반기부터 빠르게 안정될 것이란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말께 한은 물가 목표치(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내년 전반적으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면서 생산자물가가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연말 정도에 2% 초반대로 수렴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여전히 물가가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반기엔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서 2% 초반대 물가를 볼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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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내년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내수 부진으로 수요 측 압력은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급 측 영향이 물가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확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국제유가가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입물가 측면의 주요 결정 변수다. 또한 내년 2월까지 예정돼 있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도 변수로 꼽혔다. 조용구 연구위원은 “전면 철회, 점진적 축소, 연장 등에 따라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