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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는 ‘매력덩어리 넷’으로 통하듯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멤버들 개개인에 대해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 그 합인 비틀스란 이름이 막강하다. 확실히 존 레논보다 비틀스가 더 유명하다. 존 레넌이 1980년 피격사망하고 조지 해리슨이 후두암으로 2001년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엔 물건너갔지만 비틀스 해산 후 1970~1980년대 내내 음악계 최고의 화제는 ‘비틀스 재결합설’이었다.
멤버 중 가장 인기 높았던 폴 매카트니가 1970년 비틀스 해산 후 잠시 솔로활동에 이어 이듬해 곧바로 밴드 윙스를 결성한 것도 사람들이 비틀스 밴드에 대한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시사주간지 타임도 윙스의 전성기 때 ‘비틀스 컴백’이란 수식을 동원했다. 폴 매카트니는 비틀스를 10년 했듯 윙스도 10년을 했다. ‘한번 밴드는 영원한 밴드’란 말처럼 음악가에게 그룹 혹은 밴드는 강박으로 작용한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마저 정복한 방탄소년단(BTS)은 ‘한국의 비틀스’를 넘어 ‘미래의 비틀스’, ‘21세기 비틀스’란 찬란한 타이틀을 얻었으니 꿈을 실현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19년 방탄소년단이 비틀스가 섰던 미국 에드 설리번 극장에서 ‘스티븐 콜베어 쇼’에 출연했을 때 해당 방송은 그들에게 ‘유튜브 시대의 비틀스’라는 영예를 건넸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북미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과 ‘록의 보스’인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빌보드 싱글 차트 넘버 원의 영광을 무려 여섯 차례나 누렸다.
하지만 입대 이슈와 긴 세월의 피로감 때문인지 어느덧 동행은 깨지고 현재 멤버들이 일제히 솔로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민의 빌보드 1위라는 성과가 있긴 해도 ‘아미’(팬덤명)와 세계음악계가 기억하는 것은 멤버 개개인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 이미지다. 일곱의 완전체가 아니더라도, 많이 지쳤더라도 방탄소년단은 혼자 뛰지 말고 같이 뛰어야 한다. 그들은 현실적으로 자신들뿐만 아니라 K팝의 운명도 걸머지고 있다. 10년을 축하한다. 고난을 딛고 일어나 위대한 영광의 10년을 맞이했지만 우려 또한 고개를 든다. 우린 ‘그룹’ 방탄소년단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