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비싸지만 없어서 못 판다"…호텔 프리미엄 김치 시장 활짝[르포]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수작업이죠"
조선호텔앤리조트 서울 성수동 김치 공장 탐방
호텔식당 반찬 상품화로 매년 두자릿수대 매출 신장률
'일반 김치'보다 2~3배 비싸지만 '없어서 못 팔아'
최고급 재료 엄선…자동화 없이 '여사님'들이 직접 담가
  • 등록 2023-05-23 오전 7:00:00

    수정 2023-05-23 오전 7:14:04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자동화 설비요? 없습니다. 100% 수작업으로 ‘손맛’이 들어가야 프리미엄 김치죠.”

호텔업계가 최근 수년간 프리미엄 김치 시장에 힘을 주고 있다. ‘담가 먹는 김치’에서 ‘사 먹는 김치’로 시대가 바뀐 이후 다소 비싸더라도 고품질 김치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이하 조선호텔)가 고객 요청으로 상품화 한 ‘조선호텔 김치’는 최근 3년여간 두자릿수 대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면서 고급 김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조선호텔 김치’ 공장 ‘속넣기실’.(사진=정병묵 기자)
22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형 공장. 이 건물 1층에는 ‘조선호텔 김치’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조선호텔 김치사업팀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따로 나와 김치 생산만 전담하는 곳이다. 아담한 규모지만 식품 공장 특유의 삼엄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반도체 공장처럼 위생복을 착용한 후 옷의 이물질을 제거한 뒤 ‘에어샤워’를 거쳐 ‘속 넣기실’에 입장할 수 있었다. 20여명의 직원들이 파김치 생산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젓갈 생선 하나하나까지 수작업…“프리미엄 가치 고객이 인정”

정승은 조선호텔 김치사업팀장은 “20대 후반 남성부터 70대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이 함께 작업하고 있다”라며 “우리 호텔 레스토랑에서 정년퇴직 하신 뒤 김치 일을 돕고 계신 ‘여사님’들이 바로 손맛을 내는 ‘김치 스페셜리스트’들”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1996년 조선호텔에 입사해 20년 넘게 레스토랑, 바(bar) 등 식음료(F&B) 파트에서 근무한 호텔리어다. 파트 지배인까지 지낸 뒤 2020년 김치사업팀에 발령받은 후 매출을 수직상승 시켰다.

호텔 김치는 소위 ‘내수용’이었다. 지난 2002년 조선호텔 뷔페(현 ‘아리아’) 고객들이 “김치를 살 수 없느냐”라고 문의하면서 호텔 주방 한 켠에서 담가 판매한 게 시작이었다. 찾는 고객이 늘면서 정식 ‘해썹(HACCP·식품 위해요소분석 및 중요관리점)’ 인증을 받아 2011년부터 성수동에 전용 김치 공장을 꾸리게 됐다.

정승은(왼쪽) 조선호텔앤리조트 김치사업팀장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조선호텔 김치’ 공장에서 파김치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정병묵 기자)
대표 제품은 ‘조선호텔 프리미엄 김치’와 계열사 이마트(139480) 등에 납품하는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다.

프리미엄 제품인 ‘조선호텔 배추김치’ 1㎏ 기준 가격은 2만8000원으로 같은 용량의 시중 일반김치(1만~1만5000원)보다 2~3배 비싸다. 공장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하루 생산량이 다소 적은 1t가량이다. 프리미엄 김치만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우리 김치는 자동화 공정 하나 없이 그야말로 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드는 명품 김치”라며 “전남 신안 천일염, 경북 영양 고춧가루, 충남 보령 젓갈 등 최고급 재료만 엄선해 생산 단가부터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젓갈 원료 중 하나인 ‘황석어(黃石魚)’ 머리 부분에 원래 작고 딱딱한 부위가 있는데 이물질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하면서 품질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한 번 구매한 고객이 맛을 알고 다시 찾는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작업이 끝난 후, “취재 온 ‘기자 양반’이 김치 맛은 봐야 하지 않겠냐”라며 파김치 한 점을 나이 지긋한 ‘여사님’ 한 분이 직접 손으로 기자의 입에 넣어 주었다. 짭쪼롬한 젓갈과 싱싱한 파, 매콤한 양념이 버무려진 맛이 일품이었다.

호텔 셰프 출신으로 김치 생산파트를 총괄하고 있는 김병오 파트장은 이날 막 TV홈쇼핑에 출연하고 온 터라 얼굴이 ‘메이크업’ 상태였다. 김 파트장은 “호텔 김치가 입소문이 나면서 다소 높은 가격에도 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두자릿수대 매출 신장률…이커머스로 대중 접점 늘려갈 것

조선호텔 김치는 특히 코로나19 기간 중 어려움을 겪었던 호텔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효자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홈쇼핑, 이커머스로 판로를 개척하면서 연간 매출 신장률(전년 대비)은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77%를 찍고 2021년 60%, 2022년 21%, 올해 1~4월 31% 등 매년 두자릿수대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지방 호텔 한 개 지점 정도 매출액을 기록하는등 성과를 거둔 김치사업팀도 조직 내 리테일팀 소속이었다가 별도 팀으로 격상됐다.

조선호텔 김치는 현재 신세계그룹의 유통가 경쟁사인 롯데백화점에도 입점해 있다.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채널로도 판로를 넓히고 있다. 정 팀장은 “고객 반응이 좋은 만큼 현재 소량생산 체제를 넘어 추가로 생산 라인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정승은 조선호텔앤리조트 김치사업팀장(사진=정병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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