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24시]'복합적 상호의존' 없인 복합위기 극복도 없다

전세계적 복합적 상호의존성 심화 중
복합위기는 복합적 상호의존성 속에서 해결해야
北, 복합적 상호의존성 거부…자력갱생 고집은 시대착오적
  • 등록 2023-04-03 오전 6:30:00

    수정 2023-04-03 오전 6:30:00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 미·중 전략경쟁의 본격화, 우크라이나 전쟁, 가치사슬과 공급망의 재편,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고도화와 관련한 실험과 훈련, 인플레이션과 금융위기 조짐 등 지금은 이른바 복합위기의 시대다. 복합위기는 단순한 처방으로 벗어날 수 없다. 위기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먼저 복합적 상호의존이 복합위기로 전환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코헨(Robert O. Keohane)과 나이(Joseph S. Nye)가 `권력과 상호의존(Power and Interdependence)`(1977)이란 책에서 ‘복합적 상호의존(complex interdependence)’의 개념화를 통해 세계 각국이 호혜적인 협력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질서가 군사력을 앞세운 권력정치 중심에서 호혜적이고 상호의존성이 증대되는 자유주의적 질서로 나아갈 것으로 본 것이다.

두 학자가 예견한 대로 복합적 상호의존성이 높아지고 세계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수렴하는 듯 했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의 붕괴와 사회주의권 개혁·개방으로 지구적인 민주화의 물결이 일어났다. 중국을 필두로 사회주의권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세계체제)의 노동분업 구조에 편입되면서 복합적 상호의존의 세계화가 완성되는 듯 했다.

1991년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탈냉전시대가 도래했다.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unipolar system)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가 진전됨으로써 세계는 단일축의 노동분업구조를 완성하고 한동안 평화와 번영을 누렸다. 중국과 소련 등 구(舊)사회주의권의 값싼 노동력이 자본주의 세계경제로 편입됨으로써 자본주의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본주의 위기가 다시 부각한 데 반해, 중국은 고도성장을 지속해 G2 반열에 올라섰다. 미국의 ‘자유 성과’ 자본주의와 중국의 중상주의적인 ‘국가’ 자본주의가 전략경쟁을 본격화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퇴조하고 ‘규범에 기초한 질서(rule-based order: RBO)’, 가치사슬과 공급망의 재편 등 미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 구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에 위기를 느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사실상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을 내놓고 대중국 견제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회의체 결성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가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규범과 가치를 내세운 새로운 질서와 충돌하고 있다. 이러한 충돌을 둘러싸고 ‘신냉전’ 질서의 도래와 ‘지정학의 귀환’, 또는 ‘탈-탈냉전(post-post Cold War)’으로 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국제관계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신냉전과 다극화를 말하는 것은 규범 기반 질서에서 정상적인 국가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중국, 러시아와 냉전적 연대를 강화하면서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현 세계질서를 보는 관점과 필요에 따라 신냉전과 다극화 흐름, 지정학의 귀환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만 아직 합의를 이룬 개념은 아니다. 지금의 세계에서도 복합적 상호의존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노동분업과 교역도 늘어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와중에도 미·중, 중·일 교역이 늘었다.

상부구조에서 자유, 가치,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모색하지만, 인공지능(AI), 가상화폐 등 비인간 행위자(사물 행위자)의 비중이 늘어나는 등 인간-비인간의 행위자 네트워크가 증대됨으로써 하부구조의 복합적 상호의존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복합위기는 복합적 상호의존성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예 복합적 상호의존성을 거부하는 세계 유일의 고립지역인 북한이 자력갱생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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