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SMR의 출발과 발전을 ‘안전’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출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고, 이는 결국 원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입니다.
SMR은 주요 부품을 하나의 기기 안에 넣어 배관을 없애며 배관 파손에 따른 방사능 유출 위험을 대폭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까지 사람들이 원전에 대해 ‘이 정도 안전성이면 괜찮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면 이후에는 ‘절대 이런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며 “탄소중립으로 가는 데 원전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필요에 의해 전 세계가 SMR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그러나 크기를 줄이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빠르게 제작하고 설치하는 모듈 설계 방식을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의 말을 종합하면, 전 세계 수많은 국가가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포기할 수 없는 원전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고심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크기를 줄이고 만드는 방식을 모듈화한 SMR이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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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 교수는 기술적인 안전성 확보보다 인식 개선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인식 개선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도 판단했습니다. 그는 “기후변화 때문에 1년 안에 먹을 것이 없어질 확률은 1억분의 1이고, 원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100만분의 1 정도로 두 확률 모두 매우 희박한 숫자”라며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들이 기후변화 때문에 먹을 것이 당장 없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기우(쓸데없는 걱정)라고 하지 않나”라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경수형 SMR 관점에 국내 기술은 미국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4세대 SMR 기술 측면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앞서 있다”며 “특히 용융염원자로(MSR)의 경우 한국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미국, 중국, 프랑스 등은 실험로 건설 단계로서 많이 앞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정부의 지원과 자체적인 역량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내 원자력기술 혁신의 어려움은 인허가 기관의 낮은 역량 때문”이라며 “혁신적인 기술의 평가와 수용을 위해서 사전안전성평가제도와 같은 절차 도입과 기술포용적인 인허가 절차 정립을 위해 인허가 기관의 역량 강화와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SMR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도 조언했습니다. 자체적인 안전성을 높였다고는 하나 사용후연료 배출은 대형 원전과 똑같다는 지적에 대해 김 교수는 “가장 현실적인 접근은 기존 노후 원전 부지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석탄발전소 부지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