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김정남 뉴욕특파원] “경기 회복속도가 둔화해도 회복세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기가 꺾인다면 물가 상승세도 함께 꺾일 겁니다.”(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대면서비스 회복이 덜 돼 체감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데 물가 상승이 전 방위로 확산하고 있으니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형태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올해 상반기 서프라이즈를 보였던 경제지표들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하나 둘 씩 꺾이고 있는 반면 물가는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표 경제학자로 꼽히는 김소영 교수와 성태윤 교수도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다소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실제 미국 2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연율 6.5%로 시장 전망치(8.4%)를 크게 밑돌자 JP모건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5%에서 6.3%로 낮췄다. 4일(현지시간) 발표된 ADP 전미고용보고서에서도 7월 민간부문 취업자 수는 33만명으로 전월(68만명)대비 반토막나며 델타 변이 확산 여파를 반영했다. 물론 성장률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 성장률 전망치도 4.5%에서 4.1%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는 중국 성장률을 8.4%에서 8.1%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고물가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소비자물가가 6월에 전년동월비 5.4% 상승, 석 달 내내 4~5%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구인난에 따른 임금 상승, 원자재 가격, 물류 적체에 따른 운임비 등 부품 조달 비용 등을 고려하면 기업의 비용부담이 더 커졌다. 이는 소비자 가격에 전가, 결국엔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물가상승률이 큰 미국에선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공급 부족 문제는 성장을 억제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어 매우 문제가 많다”며 “이런 상황들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물가는 통상 경기를 후행하기 때문에 경기, 물가 간 시차가 있지만 결국엔 같이 갈 수 밖에 없다”며 “델타 등이 일시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지만 경기 회복이란 큰 흐름을 꺾을 정도는 아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