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인더스트리]'슈퍼사이클' 반도체 장비 '주목'

  • 등록 2021-06-12 오전 8:00:31

    수정 2021-06-12 오전 8:00:31

주성엔지니어링 용인 R&D센터 전경 (제공=주성엔지니어링)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최근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는데요. 당시 삼성전자(005930)는 미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는 데 총 170억달러, 우리 돈으로 20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공장 후보지 선정 등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에서 경쟁하는 대만 TSMC는 삼성전자에 앞서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하고 총 120억달러, 약 1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 이른바 초호황을 맞아 삼성전자와 TSMC 등 국내외 유수 반도체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섰는데요. 이럴 때 주목해야 할 업종이 바로 반도체 장비입니다.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를 한다는 것은 공장을 짓고 그 안에 들어갈 장비를 사들인다는 이야기죠. 이런 이유로 최근 반도체 장비기업들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도체 장비를 알기 위해선 우선 반도체 제조 공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반도체는 실리콘으로 된 원판 모양 웨이퍼를 가공해 만듭니다. 웨이퍼는 통상 8인치(200㎜)와 12인치(300㎜) 크기인데요. 8인치 웨이퍼는 최근 수급난을 겪는 자동차용 반도체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을 비롯해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구동칩(DDI), 전기 흐름을 관여하는 전력반도체(PMIC) 등을 생산하는 데 적합합니다. 12인치 웨이퍼는 스마트폰에 들어가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비교적 단가가 높은 반도체 제조에 쓰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유진테크 등 반도체 증착공정 강해

반도체 제조 공정은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뉘는데요, 반도체 제품에 따라 다릅니다만 통상 제조에 있어 각각 75%와 25% 정도 차지합니다. 우선 전공정은 웨이퍼를 투입한 뒤 그 위에 금속 등 다양한 가스를 입히는 증착공정을 수행합니다. 이렇게 가스가 입혀진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선폭을 형성하기 위해 빛을 쬐주는 노광공정을 거칩니다. 이는 카메라로 찍은 뒤 어두운 곳에서 필름에 빛을 가한 뒤 현상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후 웨이퍼 위에 형성된 회로선폭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식각공정이 진행되구요. 이렇게 깎아내고 먼지(파티클)가 남은 것을 말끔히 씻어내는 세정공정을 거칩니다. 이후 회로선폭이 잘 만들어졌는지 여부를 정밀하게 살펴보는 측정공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증착과 노광, 식각, 세정, 측정 등 과정은 한번이 아닌, 필요에 따라 수십번, 심지어 수백번 반복하게 됩니다. 무려 400∼500개 공정을 거쳐 웨이퍼가 전공정을 마치게 되죠. 이렇게 전공정에서 후공정으로 옮겨진 웨이퍼는 네모난 크기로 작게 자르는 공정을 거치는데요. 절단공정을 거친 반도체는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본딩, 덮개를 씌우는 몰딩, 그리고 검사하는 테스트 과정 등을 거쳐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됩니다. 이렇게 반도체가 완성되기까지 한 달 보름에서 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나라는 전공정 증착장비와 함께 후공정 장비에서 강세를 보입니다. 우선 증착장비 분야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036930)유진테크(084370), 원익IPS(240810), 테스(TES) 등이 두각을 보입니다. 특히 주성엔지니어링은 원자층증착장비(ALD)를 업계 최초로 출시하며 큰 관심을 모았죠. 유진테크는 저압 화학증착장비(LP CVD)에서, 원익IPS와 테스는 플라즈마 화학증착장비(PE CVD)에서 강세를 보입니다. 반도체 세정장비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와 함께 케이씨텍(281820)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반도체 공장 안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해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반도체 공장에 특화한 정밀한 공기청정기가 필요합니다. 이 기능을 ‘팬필터유닛’(FFU) 등이 하는데요. 이 분야에서는 신성이엔지(011930)가 전 세계 60%가량을 점유하며 1등에 올라 있습니다. 또한 로봇을 이용해 웨이퍼를 이송하고 분류하는 공정자동화(FA) 장비가 필요한데요. 이 분야에선 에스에프에이(056190), 로체시스템즈(071280) 등이 강세를 보입니다.

이제 후공정으로 넘어오면 반도체 웨이퍼를 절단하고 분류하는 ‘비전플레이스먼트’ 장비에서는 한미반도체(042700)가 전 세계 시장의 무려 80%가량을 점유합니다. 특히 한미반도체는 ASE, 앰코, SPIL 등 TSMC와 협력하는 반도체 후공정 업체들에 비전플레이스먼트, 본딩 등 장비를 활발히 납품하면서 대표적인 TSMC 수혜주로도 불립니다. 또한 반도체 공정을 모두 마친 제품을 검사하는 장비 일종인 번인장비 분야에선 유니테스트(086390), 디아이(003160) 등이 강세를 보입니다.

반도체 장비 외산 비중 80%, 국산화 ‘넘어야 할 산’

장비에 별도로 장착하는 장치 분야에선 엘오티베큠(083310)이 진공펌프에서 두각을 보입니다. 화학약품을 공급하는 장치(CCSS)는 에스티아이(039440), 가스를 정화한 뒤 외부로 배출하는 가스장치는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083450))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아쉬움이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TSMC 등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 역대급 투자를 예정하고 있습니다만, 정작 수혜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해외 업체들이 누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반도체 장비 국산화가 20%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내 반도체 장비 투자가 총 157억달러 이뤄졌는데요. 이 중 126억달러가 해외로 나갔습니다. 본딩장비와 몰딩장비 등 진입장벽이 낮은 장비는 어느 정도 국산화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노광장비와 식각장비, 이온주입장비 등 전공정 핵심장비 상당수는 여전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이는 ‘반도체 강국’ 한국이 자칫 ‘속 빈 강정’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죠.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기업 상위 10개 중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세메스가 16위, 원익IPS가 18위에 오르면서 20위 안에 겨우 이름을 올려놨죠. 반도체 장비 중 가장 비싼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ASML과 함께 일본 니콘, 캐논 등이 과점합니다. 또 식각장비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 ‘넘사벽’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주검사장비 역시 일본 어드반테스트와 함께 미국 테라다인 등이 과점하고 있죠.

우리나라가 반도체 장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대기업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국산 장비를 채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장비기업들과 보다 긴밀하게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을 진행해야 하구요. 정부 역시 해외 업체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비업체를 엄선해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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