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믹스가 뭐길래'…또다시 커지는 재건축 갈등

공공성 한 축 ‘소셜믹스’ 요구하는 市
아시아선수촌, 현수막 걸고 집단반발
소셜믹스 하라는 시에 은마도 ‘난색’
“주민 갈등해소 위한 세밀한 정책 필요”
  • 등록 2021-05-11 오전 6:00:35

    수정 2021-05-11 오전 6:00:35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서울시에서 소셜믹스를 하라고 하는데 우리는 배제했으면 한다.”(아시아선수촌 재건축추진위 관계자)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재건축활성화의 조건으로 공공성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소셜믹스’ 갈등이 재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회통합을 취지로 2000년대 초 도입했지만 커뮤니티 시설 이용 등 관리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가 공개한 ‘아시아선수촌(1986년 준공·1356가구) 아파트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에 대해 소유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역세권이나 대로변에 가까운 단지에 노인·청년·신혼부부·1~2인 가구를 위한 주택을 배치해 놨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아파트 외벽에 ‘사유재산 침해하는 지구단위계획 철회하라’ ‘주민정서 반하는 지구단위계획 결사반대’ 문구를 쓴 대형 현수막을 걸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아시아선수촌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아시아선수촌은 선수들을 위한 숙소로 활용했기 때문에 대형평수로 이뤄져 있는데 시가 방 한 칸짜리 1~2용 임대주택을 소셜믹스한 지구단위계획을 공고해 주민 불만이 많다”고 했다.

소셜믹스는 분양과 임대단지를 조화롭게 해 사회 통합을 추구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아파트에 공공임대주택을 한 동에 몰아넣는 것이 아닌 로열동 등 각 동에 분산 배치하는 방식이다.

2003년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전국 최초로 소셜믹스 단지를 선보인 후 현재까지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 SH가 서울에 공급한 소셜믹스 단지는 총 356개 단지, 7만2823가구(임대주택 기준)에 달한다.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소셜믹스로 주민들 불만이 나온다. 시에서는 기존 한 동으로 몰았던 정비계획안을 수정해, 임대주택을 소셜믹스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편의시설 이용이나 관리 차원의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치은마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정비계획안 보완사항에 대해 시와 협의하고 있고 소셜믹스하는 안을 시가 요구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커뮤니티시설은 사실 기부채납을 한 것이 아닌데 사용문제부터 아파트 청소 등 관리까지 소유자와 임차인간 갈등이 생길 게 뻔하다”며 “이 같은 세밀한 부분까지도 정부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앞서 각각 2010년, 2014년 입주한 중랑구 신내2지구 데시앙과 강서구 마곡엠밸리 14단지는 입주 초기 관리비 갈등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입주민 전체가 이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분양가구는 시설 투자비 등을 임대가구가 같이 내야 한다고 했고 임대가구는 내 집도 아닌데 시설 투자비는 낼 수 없다며 맞서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제적으로라도 소셜믹스하지 않으면 가시적인 계층분리가 돼 문제고 소셜믹스를 해도 관리 차원의 비용분담 등이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며 “사회통합이라는 취지는 좋으나 좀 더 세밀한 정책적 지원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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