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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연준 목표와 거리 멀다”
파월 의장은 27~28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이렇게 말했다. 양적완화(QE)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연준 이번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0.00~0.25%의 제로 수준으로 동결했다. 또 월 1200억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는 QE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FOMC 통화정책 성명을 통해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 채권 매입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몇 달 안에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일회적인 가격 상승(one-time increases in prices)은 인플레이션에 일시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장이 주목했던 ‘상당한 추가 진전’에 대해서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현재 미국 경제는 연준 목표와는 거리가 있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상당한 부진을 겪고 있다”고 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은 말할 것도 없고 테이퍼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어떠한 힌트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장기국채금리는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떨어졌다. 10년물 국채금리는 그가 발언한 이날 오후 2시30분 이후 급락하며 장중 1.608%까지 내렸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모든 자산가격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를 나타냈다. 예컨대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183.18에 마감했다. 전거래일 대비 소폭 하락(-0.09%)했지만 여전히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그는 “일부 자산 가격이 높은 수준에 있다”며 “다소 거품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의 거품 발언 이후 이날 주가는 장중 하락 전환했다.
그는 시장 과열 가능성의 원인에 대해서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광범위한 백신 접종과 경제 재개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의 경기 진단이 상향했다는 점을 들어 테이퍼링의 첫 단계를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연준은 이번달 FOMC 통화정책 성명에서 “백신 접종 확대와 완화적인 정책으로 경제활동·고용 지표들이 강화됐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아울러 연준이 팬데믹을 언급하며 경제에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위험’으로 문구의 강도를 누그러뜨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경기 전망 평가를 약간 상향한 것은 자산 매입 축소로 향하는 과정에서 첫 단계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연준은 올해 말 전에 QE를 발표하고 기준금리를 현재 예상하는 2024년보다 훨씬 빨리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추후 연준 FOMC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파월 의장은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와 관련해서는 “빨리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며 “사람들에게 좋은 것이 될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국 인민은행(PBoC)의 디지털 통화 방식이 미국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