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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제조사명과 구매시기, 물건 일련번호와 외관 등을 찍은 사진 10여장을 올렸다. 게시 15분 만에 물건에 대한 문의가 10여 건 이상 이어졌고 당일 오후 집 근처에서 소정의 금액에 판매까지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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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용량이 급증하며 시장 규모가 20조원(추산)까지 늘어난 중고거래 시장에 투자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속을 우선시하는 ‘가치소비’ 성향이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는 가능성에 자금을 속속 베팅하는 것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중고거래 위험요소로 꼽히는 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줄임말인 당근마켓은 2015년 7월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가 카카오(035720) 내 사내 벤처로 시작했다. 회사가 인접한 판교에서 지역 중고 장터로 시작한 당근마켓은 서비스 5년 만인 지난달 현재 월간 순사용자수(MAU) 800만명, 누적 가입자수 1200만명을 넘어섰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앱 서비스로는 쿠팡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당근마켓은 스마트폰 인증으로 거주 반경 6㎞ 안에서만 상품을 거래하는 GPS시스템이 호평을 받았다. 직관적인 UI(사용자 환경)설정으로 사용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직접 담근 김치나 전날 밤낚시로 잡아온 생선까지 파는 ‘카테고리 확장성’까지 이뤄졌다.
지역망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기능을 더해 동네 구인·부동산 정보, 지역 맛집 소개 등 지역 홍보 게시판 기능까지 더하면서 다양화를 가져간 점이 투자업계의 구미를 당겼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당근마켓이 기록적인 트래픽(사용량)을 실현한 상황을 투자업계가 예의주시할 것이다”며 “향후 추가 투자 유치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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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는 올해 1월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를 약 1500억원에 인수하고 이재후 전 티몬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등 중고거래 시장에 진출했다.
비교적 거래액 규모가 큰 중고차 거래 시장에 대한 투자도 ‘현재 진행형’이다. 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는 2017년 업계 최초로 중고차 거래사인 오토플러스를 약 600억원에 인수하며 포문을 열었다. 중고차 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제고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사업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투자로 이어졌다.
이듬해인 2018년 4월에는 한앤컴퍼니가 SK엔카의 직영사업부를 인수한 뒤 ‘케이카’(K-car)로 사명을 바꿨다. SK엔카의 인지도를 포기했다는 평가도 잠시 영화배우 하정우씨에 이어 최근에는 정우성씨를 모델로 내세우면서 새 브랜드 구축과 신뢰 쌓기에 공을 들였다.
서울 외곽지역이나 경기도 인근에서 이뤄지던 중고차 거래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인 데 이어 현금이나 카드, 할부 등 원하는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즉시 결제’ 시스템 도입, 차를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 주는 ‘내 차 사기 홈서비스’가 호응을 이끌며 지난해 국내 중고차 업체 최초로 매출 1조원(1조1854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고 거래하면 따라오는 게 사기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신의 문제일 것”이라며 “신뢰를 더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이후 실속 거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이용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업계에서도 추가 투자에 대해서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