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주거복지 실태]①정부의존 정책에 사각지대 `구멍`

인천 주거복지정책, 정부 의존 커
임대주택 2만호 공급 인천시 비중 2.4%
주거복지 기본계획 세우고 이행 미비
비주택 거주자 등 빈곤층 '사각지대' 방치
  • 등록 2020-04-22 오전 5:00:00

    수정 2020-04-22 오전 5:00:00

이데일리는 인천지역의 주거복지 실태와 개선 방향을 5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인천은 면적의 90% 가량이 원도심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이러한 여건에서 아동, 노인, 청년 등 사회적약자는 지자체 등으로부터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지자체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편집자 주]

인천시청 전경.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은 주거 빈곤층이 많은 반면 지자체의 지원이 부족하다. 시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공공임대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미미하다. 지역사회가 외면하는 여건에서 다수의 사회적약자들은 주거빈곤 사각지대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의존한 인천시 주거복지정책

인천시 주거복지정책은 정부의 정책·예산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시가 역점을 둔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급여 지급은 모두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노인, 장애인, 청년, 1인가구, 저소득층 등에게 전체 공공임대주택 2만호를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2018년 인천에서 8325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했고 지난해는 7216호를 추가로 임대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정부가 계획한 것으로 정부 기금·국비 비중이 크다. 인천지역 공공임대주택 사업에는 5년 동안 전체 3조1152억원을 투입한다. 사업비는 정부 주택도시기금 1조4270억원(45.8%), 국비 4175억원(13.4%), 인천시 예산 91억원(0.3%), 한국토지주택공사(LH)·인천도시공사 자금 1조2616억원(40.5%)으로 마련한다.

주택기금 1조4270억원은 정부가 대출해주는 것으로 이중 79.1%(1조1287억원)는 LH가 상환하고 16.3%(2326억원), 4.6%(657억원)는 각각 인천도시공사, 인천시가 갚는다. 인천시의 주택기금 상환 부담금과 투입 예산을 포함하면 시의 부담 비중은 2만호 전체 사업비 3조1152억원에서 2.4%(748억원)밖에 안 된다.

중위소득 45% 이하인 저소득층 가구를 지원하는 주거급여 사업도 국비 비중이 크고 인천시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투입한다. 지난해 인천지역의 주거급여 사업비는 전체 1335억원이었고 이중 89.7%(1197억원)가 국비로 채워졌다. 시 예산은 7.1%(95억원)만 투입했고 나머지 3.2%(43억원)는 군·구 예산으로 충당했다. 인천의 주거급여 대상자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7만3500가구였고 한 가구당 월 평균 14만8000원을 받았다.

시비와 군·구비 위주로 집행하는 사업은 마을주택관리소(저소득층 집수리·공구 대여 등)와 저소득 장애인주택 개조 사업이 있지만 각각 연간 전체 사업비가 8억원 안팎으로 주거급여 사업 등에 비해 소규모이다.

시가 정부사업에 의존하면서 인천의 일부 주거취약계층은 최소한의 주거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야 하는 ‘사각지대’가 형성됐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에서 여관·고시원 등 주택 이외 거처에서 생활하는 빈곤층은 1만6589가구였다. 인천시는 수년 동안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

인천시는 뒤늦게 정부의 비주택 거주자 지원사업에 발맞춰 올해 비주택 거주자 200~400가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체 비주택 거주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지 않고 쪽방과 노후고시원 거주민만 지원하기로 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급여 지급은 인천시가 수요자를 파악하고 정부에 신청해 국비, 시비를 함께 투입하는 것으로 인천시 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공공주택특별법을 근거로 하고 주거급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근거로 한 정부사업이다. 사업비도 국비가 대부분이다”고 밝혔다.

주거복지 기본계획 세우고 이행은 ‘미비’

인천시는 2017년 처음으로 10년 단위의 주거복지 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시는 주거기본조례에 명시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 거주자 지원 등의 사업도 하지 않아 주민의 질타를 받고 있다.

시는 주거복지 기본계획에 2018~2027년 저소득층 공감주택(노인·장애인 등 대상의 공공임대주택) 5199호 공급,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 3174가구 시설 개선, 저소득층 노후주택 6587가구 개보수, 저소득층 1만2862가구 임차료 지원 등을 담았다. 또 주거복지센터를 설립해 인천시의 주거복지 사업 콘트롤타워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는 기본계획 수립 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감주택 공급과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 시설 개선 사업을 하지 않았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거주자의 주택개량 자금 지원과 주거급여 대상이 아닌 저소득가구에 대한 주거비 지원은 조례에도 명시돼 있지만 시는 이를 무시하고 추진하지 않았다. 저소득층 노후주택 개보수, 임차료 지원, 주거복지센터 설립 등의 사업도 계획대로 하지 않았다.
인천도시공사 직원들이 전세임대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집수리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 인천도시공사 제공)


시는 주거복지사업 대상도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정부 기준(주거급여 수급자 등) 위주로 사업을 해왔다. 이렇다보니 주거 빈곤층이 사각지대에 방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는 2017년 주거복지 기본계획에서 주거취약계층을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 장애인, 한부모가족, 65세 이상 노인, 저소득 신혼부부, 긴급지원대상자, 대학생 등으로 규정했고 해당 인원을 38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실제 주거복지 사업은 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실제 인천시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상은 주거급여 수급자(중위소득 45% 이하)와 일부 저소득 노인, 장애인, 청년, 신혼부부 등으로 한정된다. 인천시의 주거취약계층 규모(38만5000명)는 보건복지부·지자체의 행복이(e)음 정보시스템 등록 수혜자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어서 행복이음에 등록하지 않은 비주택 거주자 등의 빈곤층을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 개정을 통해 쪽방 등 비주택 거주자, 18세 미만 아동이 있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범죄피해자, 가정폭력 피해자 등을 지원대상으로 정했지만 인천시는 이들에 대한 현황 파악도 안하고 있다. 취약계층 대부분이 지자체 지원에서 제외된 셈이다.

국토부 통계상 인천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2016년 4만6000가구(4.4%)에서 2017년 7만2000가구(6.8%)로 2만4000가구 늘었다. 국토부는 2018년 조사 결과부터 시·도별 미달 가구를 추산하지 않아 이후 인천 현황은 알 수 없게 됐다. 인천시도 2018~2019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현황을 갖고 있지 않다.

인천 남동구민 최모씨(42)는 “시가 주거복지정책에 소극적인 것 같다”며 “조례에 명시된 사업도 하지 않고 주거취약계층 지원 대상도 명확히 하지 않으니 주먹구구식이라고 할만하다. 인천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서울시, 경기도에 비해 인천시의 주거복지정책은 정부 의존도가 높다”며 “인천지역 취약계층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자체 사업을 집중적으로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급여 대상을 중위소득 45% 이하에서 60% 이하로 상향하고 주거급여 규모도 현실에 맞게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거복지 기본계획에 포함했던 공감주택 사업은 별도로 진행하지 않고 공공임대주택 2만호 공급으로 대체했다”며 “올해부터는 저소득 청년·신혼부부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등을 본격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 6월까지 주거복지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인천연구원이 수행 중인 2030 주거종합계획 수립 용역이 완료되면 종합계획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주거복지센터는 지난해 개소하려고 했으나 논의가 지연돼 올 하반기 문을 열 예정이다”며 “이 센터가 개소하면 주거복지사업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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