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고용지표 개선에도…자영업·제조업·40대 ‘삼중 쇼크’

종업원 있는 자영업자 급감, IMF 이후 최대
車·반도체 부진에 제조업 취업자 18개월째↓
40대 취업자 18만명↓, 40대 고용률만 하락
“올해 1%대 성장률 우려, 기업 지원책 필요”
  • 등록 2019-10-17 오전 3:04:47

    수정 2019-10-17 오전 3:04:47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의 환영 인사를 받았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 쪽 부진으로 작년 9월보다 11만1000명 감소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조해영 기자] 지난달 3대 고용지표(취업자·고용률·실업률)가 양적으로는 개선됐지만 고용의 질은 여전히 악화했다. 자영업자가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로 감소하는 등 경기침체에 직격탄을 맞았다. 수출·투자 위축으로 제조업 취업자는 18개월째 감소했고 40대 고용률은 고꾸라졌다. 경제활력, 규제혁신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종업원 있는 자영업자, IMF 이후 최장기 감소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9월 고용동향(이하 전년동월 대비)’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가 34만8000명 증가해 2740만4000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7.1%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9년 이래 가장 높았다. 실업률은 0.5%포인트 하락한 3.1%로 5년 만에 최저치였다.

3대 지표는 개선됐지만 자영업 상황은 더 악화했다. 지난달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14만1000명으로 11만9000명 증가했지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49만1000명으로 16만6000명이나 감소했다. 임대료 상승, 경기 부진 등으로 폐업했거나 종업원을 해고하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감소한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도·소매업 등 자영업 업황이 부진하다 보니 리스크를 덜기 위해 고용원 없는 창업이 늘고 있다”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고용원을 해고하고 혼자 영업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는 6만4000명 감소했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다 보니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감소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작년 12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 규모는 작년 12월 2만6000명에서 올해 6월(12만6000명), 7월(13만9000명), 8월(11만6000명), 9월(16만6000명)으로 4개월 연속 10만명을 돌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4개월 연속으로 10만명 넘게 줄어든 것은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1999년 1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16만6000명이나 줄어든 것은 1998년 12월(-28만1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한국경제의 엔진인 제조업 부진도 심각하다. 제조업은 작년 4월부터 18개월 연속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1만1000명 감소해 지난 3월(10만8000명) 이후 다시 감소 폭이 10만명대로 늘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과 전기장비 업황 부진이 영향을 끼쳤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9월 고용행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357만2000명으로 작년 9월보다 7000명(0.2%) 줄었다. 자동차업, 반도체 관련 기계장비업 실적 부진으로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가 9개월 만에 감소했기 때문이다.

‘단기 일자리’만 늘어나는 양상이다. 일주일에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지난달 45만2000명(2.0%) 감소했다. 반면 36시간 미만 단기취업자는 73만7000명(16.3%) 늘었다.

정동욱 과장은 “60대 이상 재정 일자리가 전년보다 10만개 늘어난 게 1~17시간 단기 취업자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1.8~1.9% 우려돼”

제조업 부진으로 한국경제의 허리인 40대 고용 지표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40대 취업자 수는 작년 9월보다 17만9000명 줄어 전세대 중에서 가장 많이 감소했다. 40대 고용률은 78.3%로 0.9%포인트 하락했다. 고용률은 유일하게 40대에서만 떨어졌다. 지난달 하락 폭도 작년 8월(-0.9%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40대의 취업자 감소는 고용 악화가 구조적·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수출·세계경제의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40대와 제조업의 고용지표가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2%, 내년 2.2%로 전망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0.7%)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일자리보단 규제혁신 등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정부재정 일자리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이 1.8~1.9%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중소기업·대기업을 가리지 말고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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