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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를 뒤흔든 한미약품(128940)의 1조원대 신약 기술수출 이전 계약 해지 외에도 다수의 계약 해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투자자들의 심장을 더욱 오그라들게 하고 있다.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계약들이 취소되면서 실적 부진 우려와 함께 주가 변동성도 커졌다. 또 신사업을 추진하던 기업들이 전환사채 발행을 철회하면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바이오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경우 사업 준비, 자금의 활용처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잇단 계약 해지 `악재`에 주가 변동성 커져
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키위미디어그룹(012170) 주가는 이달 들어 17.6% 급락했다. 지난 2일에는 11% 빠지면서 무상증자 결정 이후 지난달 만회했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키위미디어그룹의 주가 급락은 지난 2일 공시됐던 2000억원 규모 공급계약 해지 여파다. 지난 2017년 7월 중국 화련신광브랜드운영관리(천진) 유한공사와 화장품, 의류, 콘텐츠 등에 대한 공급계약을 맺었으나, 중국 현지기업은 한국과 중국의 정치문제로 당장 진행이 어렵다며 늑장을 부리자 결국 계약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키위미디어그룹이 해지를 통보했다. 해당 계약은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의 1100%가 넘는 규모였으며, 이번 계약해지로 키위미디어그룹은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까지 당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한국 수출 부진 등으로 가뜩이나 기업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급계약 해지 소식은 투자자의 불안한 마음을 더욱 위축시켰다. 특히 중국 기업들과의 계약 해지가 잇따른 만큼 중국 연관 사업은 다소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중국 기업과의 계약이 번복될 가능성은 다른 국가에 비해 다소 높다는 점을 사전적으로 인지하고, 투자시 관련 위험성을 디스카운트 요소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금조달 기대 무산…“사업성 꼼꼼히 따져야”
자금조달이 무산된 기업들도 속출했다. 최근 대창솔루션(096350)은 지난 1월 이사회에서 결의했던 350억원 규모 제3회차 전환사채 발행을 철회했다고 공시했다. 발행대상자였던 지마이티자산운용이 납입금을 마련하지 못해 한차례 납입일이 연기됐다가 최종 납입 불가를 통보함으로써 사채 발행을 접게 된 것이다. 이에 다시 전환사채를 발행할 것이라는 설이 돌았고, 이에 대한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회사는 “내부적으로 발행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한류AI센터(222810)와 라이트론(069540)도 각각 200억원,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철회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한류AI센터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및 한류SNS 플랫폼 개발 등의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제이케이(080440)는 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유증 대상자였던 벨로체투자조합의 납입이 이행되지 않아 유증을 실시하지 못하게 됐다.
신사업을 추진한다며 자금조달 기대로 주가를 부양해왔던 기업들의 경우 전환사채 발행 철회 등의 악재가 주가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대창솔루션은 악재 공시 바로 다음날 11.7% 급락하는 등 일주일 새 16% 빠졌다. 한류AI센터 주가도 공시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6% 넘게 내렸다.
황 연구위원은 “신사업 추진 자체를 호재로 반영해선 안되고 관련 사업에 대한 노하우, 인력, 기술력 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냐가 관건”이라며 “전환사채 등을 통해 자금조달 시에는 지분 희석의 가능성, 조달한 자금이 어떠한 방향으로 활용될 지, 사업 개선 가능성은 어떤지 등을 구체적으로 평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