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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은 28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OVAC 폐막식 무대에 올라 사회적 가치에 빠지게 된 계기를 이 같이 털어놨다. 그는 마지막 발언을 마친 후 청중과 질의응답을 하던 중 “그룹 회장이 아닌 사람 최태원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된 이유”를 묻자 꺼낸 답변이다.
최 회장은 “회장이 아닌 자연인으로 대답해보라고 하니 고민이 된다”며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이야기를 했다. 그는 “21년 전에 부친인 선대 회장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고, 내가 회장에 곧바로 취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아시아 금융위기가 있었고, 상당히 어려웠던 시기였다”면서 “나는 내 인생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전쟁을 하며 보냈고, 살아남아야만 했다”고 회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살아남긴 했지만 그 전쟁 끝에 선 나는 착한 사람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반대로 지독한 기업인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솔직히 나는 공감능력이 제로였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사람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일로만 봤다”면서 “그러다보니 가슴 속은 텅 비어버렸더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런데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돈이나 이런 것엔 전혀 관심도 없고, 오직 사람만을 향하는 사람이었다”며 “‘어떻게 저 사람은 나하고 이렇게 반대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을 가만히 관찰해 보니 내가 잘못 살아온 것을 알았다. 공감 능력은 없지만 어떻게든 배워서 이 세상에 있는 문제를 통해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것이 목표가 됐다”고도 했다.
장애인 고용 지적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그는 “아침에 장애인 고용을 덜 했다고 야단도 맞았다”면서 “옛날 같으면 화를 냈겠지만 ‘아 저분은 우리를 이렇게 보고 계시네’하는 생각을 했다. 이젠 조금은 공감 능력이 생긴 것 같다”고 웃었다.
‘SOVAC 행사를 내년에도 만날 수 있냐’는 또 다른 질문에는 “일단 계속 한다”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SOVAC 행사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 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왔을까 생각해봤다”면서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다 같이 한 것이다. 내년이 더 걱정된다. (행사가) 더 커지면 어떻게 다 수용할지, 또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이런 걱정이 즐겁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어떤 반응이 올지 몰랐다. 처음 해보는 거니까, 해보고 결정하자고 했다”면서도 “일단 계속한다. 어떤 식으로 계속할 건지는 이 행사가 끝난 뒤 데이터를 보고 고민하고 의견들도 필요하다. 참여자인 여러분들의 의견을 취합하겠다. 좀더 연결하고, 협력해 우리의 사회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티앤씨재단은 이날 ‘소셜밸류커넥트’ 행사에 파트너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김 이사장은 이날 최태원 회장과 같은 장소에서 공개 활동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다만 행사 도중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만나는 모습을 따로 드러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현재 이혼 소송 중이다.
한편 SOVAC 행사는 최태원 회장의 제안으로 열린 국내 최초의 대규모 민간 축제다. 이날 행사에선 최 회장을 비롯해 사회 각계 인사들이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체험담을 쏟아내고 토론했다. 이 자리에는 SK그룹을 포함한 80여개의 단체 등 4000여명이 일자리 문제, 환경 오염 등을 토론하며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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