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의 타임머신]삼성의 신성장동력 `車전장 사업`…시작은 1987년?

이건희 회장, 1987년 12월 취임 직후 사업 검토 지시
1995년 삼성자동차 출범..1998년 SM5 판매 시작
IMF외환위기 속에 2000년 르노삼성으로 바껴
이재용 부회장, 하만 인수 등 전장 사업 추진
  • 등록 2019-02-16 오전 5:00:00

    수정 2019-02-16 오전 5:00: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상무)가 2006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06’에서 LG전자 부스를 찾은 모습. 오른쪽은 현재 CE부문장인 김현석 사장.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이달 초 설 연휴기간, 중국 시안으로 새해 첫 출장을 떠났던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지난 11일에는 중동의 부국인 아랍에미리트(UAE)로 날아가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 공군 부총사령관을 만났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5G(5세대 이동통신)와 ICT(정보통신기술)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AI) 분야에 중점을 뒀던 이재용 부회장이 올 들어서는 5G와 반도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행보는 표면적으로는 성장세가 둔화된 스마트폰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동차 전장(전자 장비) 부품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기반 다지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장 부품 사업의 궁극적 목표인 자율주행기술을 완성하기 위해선 통신 지연이 전혀 없는 5G와 반도체 기술의 고도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 사업팀을 발족시킨 것은 2015년 12월입니다. 또 이듬해 11월엔 글로벌 전장 1위 업체인 미국 하만(HARMAN)을 8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2017년 3월 합병 작업을 마무리합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삼성의 4대 미래 성장사업 중 하나로 전장 부품 사업을 선정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삼성의 전장 사업이 불과 3년여 만에 급하게 진행됐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뒤로 되돌려보면 삼성 전장 사업은 무려 32년 전인 1987년 12월 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 그 순간부터 사실상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자동차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고 회장 취임 직후 이 사업의 진출 방안 수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리고 1995년 3월 삼성자동차를 설립하고 3년 뒤인 1998년 3월엔 첫 중형 세단인 SM5를 생산,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삼성의 자동차 사업은 1997년 말 국가 부도사태를 몰고 온 IMF외환위기로 첫 신차 판매에 들어간 지 몇 달 안돼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 회장은 1999년 1월 21일 당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 만나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를 맞바꾸는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논의했지만 얼마 뒤 대우그룹의 해체로 무산됐습니다. 결국 1999년 6월 30일 삼성자동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2000년 7월 프랑스 르노(Renault)그룹과 합작한 르노삼성자동차가 출범하며 사실상 자동차 사업에서 철수합니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 (사진=삼성전자)
하지만 재계에선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포기한 2000년 이후에도 재진출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이 회장의 관심과 열정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심은 아들인 이 부회장에게도 이어져 삼성전자가 전장 사업팀을 탄생시키기 3년여 전인 2012년 5월부터 그는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 사외이사를 맡는 등 관련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사실 그 훨씬 이전부터 이 부회장이 전장 사업에 관심이 컸다는 점은 2006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출장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상무였던 이 부회장은 현재 CE(소비자 가전)부문장인 김현석 사장 등 임원들과 함께 도시바, 파나소닉, 소니, LG전자 등 경쟁사 전시장을 돌며 최신 제품들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특히 그가 유심히 들여다본 제품은 카오디오와 내비게이션 등이었습니다. 이들 제품을 주의 깊게 본 이유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이 부회장은 “우리 회사(삼성전자)가 만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전장 부품에 대한 그의 관심은 9년 뒤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된 셈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직후 삼성이 이 분야에서 해낼 수 있다고 믿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자동차에서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삼성이 그간 축적해온 전자 분야의 기술력을 성능 차별화의 포인트로 삼고, 전 세계에 걸친 수출망과 관련 분야에서 폭넓게 확보한 내부 기술 인력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입니다. 이 회장의 전장 부품에 대한 자신감과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삼성 전장 사업의 뿌리가 된 것입니다.

2016년~2019년 전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규모 추이. 2019년은 전망치. (자료=IC인사이츠·단위=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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