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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붙는 세금을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해 지면서 일각에서는 ‘4캔에 1만원’ 하는 수입맥주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과세체계에서는 수입맥주가 국산맥주보다 더 세금을 적게 낸다. 이 때문에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파격할인가에 제공하는 수입맥주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세제를 개편하면 수입맥주 가격이 상승, 4캔에 1만원 하는 프로모션을 더는 볼 수 없다는 것인데, 사실일까.
맥주 종량세 전환 급물살
주세 개편 논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년 상반기 중에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홍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를 통해 “맥주 등의 가격이 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류의 종량세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량세 과세방식은 주류 부피(용량, 리터당)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주류 가격에 세금을 붙이는 현행 종가세 방식과는 다르다. 종가세 방식은 국산맥주의 역차별 문제를 야기하면서 논란이 됐다. 수입맥주보다 세금이 더 붙는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주세는 7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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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캔 1만원’ 맥주 흔해진다
현재 종량세로 전환 시 거론되는 리터(ℓ)당 주세는 835~860원 수준이다. 국회에는 이미 법안도 올라와 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맥주 과세표준을 주류 제조장에서 출고한 수량이나 수입신고하는 수량으로 전환해 생산지와 무관하게 세 부담을 공평히 하고 △세율은 1리터당 835원으로 신설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테면 1692원인 국산 맥주 한 캔의 출고 가격은 1481원으로 낮아지고 리터당 평균 주세액이 1000원대인 수입 맥주 제품은 최대 54%까지 주세가 줄어든다. 수입맥주 점유율 1위인 일본산 제품은 리터 당 117원, 아일랜드 맥주는 176원 가량 인하된다. 결국 국산 맥주와 고가 수입맥주 가격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셈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종량세 적용 시 소매점에서 4000~5000원에 판매되는 수제맥주의 가격이 1000원 가량 낮아지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고급 수입맥주 역시 할인된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격이 오히려 올라가는 수입맥주도 있다. 캔 당 1000원 초반대에 팔리는 초저가 맥주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저가 수입 맥주 중 하나인 윌리안 브로이 바이젠의 리터당 평균 주세는 749원인데 리터당 850원의 종량세를 적용하면 주세가 13.6% 오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생소하면서 값싼 수입맥주는 종량세 전환 시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고급 수입맥주와 국내 맥주는 품질 경쟁을 통해 낮은 가격에 더 나은 맥주를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