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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지난 3월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긴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5월 이뤄진 표결을 통과하지는 못했으나, 이 같은 시도 자체는 현재 유명무실해진 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강력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주 발표된 정부 종부세 개편안은 고가, 과다 부동산 소유자들만을 대상으로 해 상가나 빌딩, 공장부지 등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현행 그대로 유지된다. 이 때문에 개편안이 보유세의 전면적인 강화와는 거리가 멀고 토지 공개념의 실현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종부세 인상안으로 내년에 35만명이 7000억원의 세금을 더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 공개념, 토지 정의 실현 등의 문제를 꾸준히 연구해온 ‘토지+자유 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유세 실효세율 상승이 0.02%포인트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남 소장이 제시한 통계를 보면 2007~2016년 10년 동안 해매다 GDP의 30%가 넘는 부동산소득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불로소득을 따로 추산하면 2007~2016년까지 해마다 GDP의 21%, 2016년에만 22.9%의 불로소득이 발생했다.
연구소 외에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부동산 종류에 따른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가 이번 법안에 제외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부동산 투기 시장에서 주요행위자로 활동하고 있는 대기업을 종부세 인상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실제 정책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결국 종합적인 보유세 정상화가 아니라 땅부자와 재벌기업은 제외하고 아파트값 상승을 막기 위해 일부 다주택자에게만 초점을 맞췄다”며, “이러한 편협한 권고안으로는 공평과세와 자산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종부세 인상안이 참여정부 시절처럼 역풍 끝에 흐지부지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참여정부 당시 처음 도입돼 정권 내내 ‘세금 폭탄’ 논란에 시달리던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 들어 법안 자체가 완화되고, 2008년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일부 위헌 판결까지 받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