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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게 2016년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분양 효과 때문이었어요. 이번에도 ‘디에이치 자이 개포’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로또 단지’로 꼽히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이 본격 시작되면서 변곡점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디에이치 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는 모델하우스 개관 첫날부터 1만 5000여명이 방문하는 등 예비청약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한데도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로 청약 마감될 가능성이 커졌다. 자칫 청약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매매값이 다시 꿈틀대면서 서울 집값 상승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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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일제히 문을 연 디에이치 자이 개포와 ‘과천 위버필드’(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논현 아이파크’ 모델하우스는 주말 내내 인파로 북적였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는 지난 16일 모델하우스 개관 이후 18일까지 사흘간 총 4만 3000여명이 다녀갔다. 개관 첫날 예비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며 1㎞가 넘는 대기줄이 이어졌고 모델하우스 내부도 북새통을 이뤘다. 아파트 분양사 측에선 대기시간이 5시간을 넘어서자 청약 관심 등록자들을 대상으로 방문 자제 요청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과천 위버필드와 논현 아이파크도 모델하우스 개관 후 사흘간 각각 2만 6000여명과 2만여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과천 위버필드 역시 전용 59㎡를 제외하고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또 당첨될 경우 자금 출처 조사, 위장전입 직권조사 등 정부가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엄포를 놨지만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에 모델하우스 앞은 길게 늘어선 내방객들로 북적였다.
이에 따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안전진단 기준 강화,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3중 규제로 주춤한 모습이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장이 다시 달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24% 올라 전주(0.11%)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4주 만에 최대 오름폭을 기록한 것이다. 이달 둘째 주 0.04% 내려 24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던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값도 셋째 주에는 0.33%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집값 상승 불쏘시개 역할 할까
일각에서는 2016년 3월 래미안 블레스티지 청약 이후 주택시장이 상승 반전한 상황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개포지구 첫 분양 단지였던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분양가가 3.3㎡당 3760만원으로 당시엔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청약경쟁률이 무려 33대 1에 달했다.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까지 약보합세를 이어가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청약 대박을 계기로 가격 상승에 불이 붙었다.
이들 재건축 단지들의 분양가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재건축 시장 열기는 일반아파트 가격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디에이치 자이 개포가 사그라지고 있는 재건축 시장의 불꽃을 다시 살릴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잇단 재건축 규제에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 투자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래미안 블레스티지 효과만큼 큰 영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입주 때까지 금지된데다 전셋값까지 조정을 받고 있어 아파트 청약 열기만으로 재건축 시장이 탄력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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