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만병통치약이다.”
1970년 대한민국 최초의 발효유 ‘야쿠르트’가 시제품으로 생산됐을 초기 일반인들은 발효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일부는 균을 사 먹는 것으로 생각해 거부감을 갖기도 했고, 다른 누군가는 이전에 없던 만병통치약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판매를 위한 제품 등록과 법적 기준도 부족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인 만큼 정부 어느 기관에서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조차 없어 애를 먹었다. 정부 검사기관에는 정작 발효유의 유산균이 규격에 맞는지를 검증하는 기술조차 미흡했다.
그야말로 ‘생소한’ 시도. 하지만 야쿠르트는 빠르게 건강식품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며 국내 발효유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야쿠르트는 1971년 8월 출시 첫해 760만개 판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90억 병이 팔리며 식음료 업계 단일품목 최다판매량의 역사를 써 가고 있다.
야쿠르트는 일반 고객 외에도 많은 사람의 일상과 함께하고 있다. 식당이나 당구장 주인에게 서비스 질을 높이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다. 또한 야쿠르트 아줌마가 매일 방문하는 전국 3만명의 홀몸노인에게도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건네는 소중한 매개체가 되며 사회적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윤병덕 회장 집념이 탄생시킨 야쿠르트…그의 건강 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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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했다. 이후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에 따라 식품소비 구조가 고급화, 다양화되며 우유소비량도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축산진흥정책에 따라 우유의 생산량은 많아지는데 반해 처리 능력은 턱없이 부족해, 지방도시에서는 집유된 원유가 처리되지 못해 개천에 버려지는 일도 발생했다.
윤 회장은 이런 때에 유산균 발효유라는 생소한 우유 가공품을 만들겠다는 꿈을 싹 띄웠다. 윤 회장은 우리나라 축산의 미래가 우유 가공업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 당시 건국대 축산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사촌 형인 윤쾌병 교수(초대 사장)와 함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어렵게 자금을 꾸려 1969년 5월, 청계천의 허름한 임시 사무실에서 ‘한국야쿠르트유업주식회사’를 세운 게 시작이었다. 회사를 설립했지만 당시 국내 기술로는 유산균 발효유를 독자기술로 개발해 생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 회장은 고민 끝에 일본야쿠르트의 기술을 도입하게 된다.
한국야쿠르트는 일본에서 들여온 종균 앰풀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제품개발에 나섰다. 이듬해 국내 최초의 발효유 공장인 안양공장을 완공하며 생산설비도 갖췄다. ‘야쿠르트’ 탄생 배경이다.
1927년생인 윤 회장은 지금도 성인병 하나 없는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강인한 체력을 타고 난 것도 요인이지만 평소 철저한 생활 및 건강 관리가 비결로 꼽힌다. .
웬만한 더위나 추위에는 냉방기나 난방기를 가동하지 않고 견딘다.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생활과 사옥 곳곳을 둘러보며 안전을 체크하는 열정 역시 윤 회장이 지금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20일간의 비밀로 탄생하는 야쿠르트
야쿠르트가 판매되던 초창기에는 유산균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발효유를 먹으면 배가 아프다, 야쿠르트를 먹으면 이가 상한다는 등의 잘못된 정보도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야쿠르트는 국내의 저명한 농학, 의학, 보건학 박사를 중심으로 학술고문 제도를 마련했다. 뒤떨어진 국내 유산균 발효유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또한 유산균의 과학성을 학술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1979년부터는 국제규모의 ‘유산균과 건강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야쿠르트에 사용되는 균은 산이나 담즙에 사멸되지 않은 강한 균인 야쿠르트균(락토바실러스 카제이)이다. 위액이나 담즙에 강하게 살아남은 것만을 골라내어 제품에 사용하는 ‘누대배양’을 하는데 기간은 총 13일에 달한다. 그리고 7일간의 배양 과정을 통해 맛과 풍미가 뛰어난 야쿠르트 제품이 완성된다. 이른바 ‘20일간의 비밀’로 불리는 이 힘든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산에 견디는 내산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국야쿠르트는 1976년 식품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균 연구에 나섰다. 그리고 밤낮없는 각고의 노력 끝에 1981년 자체적으로 야쿠르트 제품 생산에 필요한 종균배양에 성공했다. 야쿠르트를 생산 판매하기 시작한 지 10년 만이었다.
이후 연구소에서 직접 종균 공급을 하게 됨으로써 본격적인 종균 관리 연구를 하게 됐다. 새로운 유산균 발효유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생산된 제품을 신선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법도 숙제였다. 당시 법적으로도 발효유는 섭씨 0도~10도로 냉장 보관해야 했다. 제품의 유통기한도 7일간이었다.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공장에 저온 창고 시설을 갖췄고, 운송차량도 보냉차량으로 바꿨다. 영업센터(현재의 지역지점)에서는 냉장고를 24시간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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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야쿠르트가 보급된 나라 중에서 물품세를 붙이는 나라는 대한민국 한 곳뿐이었다.
여러 과정을 거쳐 뿌리내린 야쿠르트는 출시 이후 다양한 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490억병의 누계 판매량은 47년간 대한민국 국민(5000만명 기준) 1인당 980회를 섭취한 양이다. 야쿠르트 490억병을 위로 쌓으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의 40만배 높이가 된다.
오랜 시간 고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데에는 소비자 중심의 착한 가격정책도 한 몫한다. 1971년 당시 25원이던 야쿠르트는 47년이 지난 지금 170원으로 6.8배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서울 버스요금은 86배, 담뱃값은 45배가 증가했다.
‘작은 거인’ 야쿠르트의 진화는 계속된다
가로 3.5cm, 세로 7.5cm의 작은 거인 야쿠르트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야쿠르트는 지난 2014년 12월 기존 야쿠르트에서 당 함량을 50% 이상 줄인 ‘야쿠르트 라이트’를 출시했다. 현재 야쿠르트 라이트는 형보다 나은 아우로 활약하며 오리지널 야쿠르트 대비 4배 이상 팔리고 있다.
280㎖로 용량을 대폭 늘린 ‘야쿠르트 그랜드’도 젊은 고객에게 사랑을 받으며 편의점에서 주류를 뺀 커피, 생수 등 모든 음료를 제치고 판매량 1위도 차지했다.
2016년 4월에는 기존 야쿠르트 병을 거꾸로 뒤집은 디자인의 ‘얼려먹는 야쿠르트’가 출시됐다. 이 제품은 어른에게는 추억을, 아이에게는 재미를 선사하며 여름철 온 가족 영양간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야쿠르트 프리미엄 라이트’는 더 크고 더 건강해졌다. 기존 ‘야쿠르트(65ml)’ 대비 약 53% 커진 100㎖ 용량으로 출시된다. 500억 프로바이오틱스의 풍부한 유산균 함량을 자랑한다.
한국야쿠르트 유산균 연구 기술력으로 개발한 특허 받은 면역 유산균 ‘HY7712’를 넣어 면역 기능도 강화했다. ‘HY7712’는 김치에서 유래한 기능성 유산균으로 면역 강화뿐만 아니라 항산화 활성에도 도움을 준다. 여기에 겨우살이 추출물을 추가해 면역 성분을 한 번 더 강화했다.
야쿠르트 프리미엄은 ‘당줄이기 캠페인’을 적용해 당 함량을 최소화하고, ‘자일리톨’, ‘시트러스 추출물’, ‘효소처리 스테비아’ 등 식물에서 유래한 당으로 맛을 내 당 저감화를 ‘양’에서 ‘질’로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야쿠르트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내 1호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는 건강식품이 생소하던 시절 소비자 건강증진에 기여했다”며 “음료의 범주를 건강까지 확대한 기념비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