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최근 사디크 칸 영국 런던 시장이 야심 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런던을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나 뉴욕에 버금가는 문화 산업 메카로 만들겠다고요. 그러면서 더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런던을 촬영지로 삼고, 그래서 더 많은 세계 관객들이 필름이나 TV를 통해 아름다운 런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요. 런던을 배경으로 다양한 스토리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ixt·브렉시트)로 영국이 폐쇄적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가운데 런던이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죠. 물론 미국 할리우드가 제작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나 인기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등이 런던을 촬영지로 삼으면 영화 관계자들의 숙박 등 소비로 인한 일차적인 수입은 물론, 런던 이미지 개선이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면서 런던시가 올리는 부가적인 수입과 혜택도 엄청나죠.
실제 런던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런던을 선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온 런던의 장소들을 직접 가 보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셜록 홈즈, 007 제임스 본드, 미스터 다시 등 영국문화 속 캐릭터를 끊임없이 재창조해 매력적인 문화 아이콘, 문화 상품으로 만드는데 탁월합니다. 런던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들이 런던에서 입고 마시고 즐기는 그 모든 것을 실제로 경험해보고 싶죠. 그래서 런던 여행을 결정하게 됩니다. 여행객들의 런던에서의 소비는 런던 경제와 런던시의 재정을 두둑하게 하는데 기여하고요.
그렇다면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영국 공영방송 BBC가 2010년부터 4개 시리즈로 방영한 ‘셜록’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드라마죠.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속에서 셜록과 파트너인 닥터 왓슨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집으로 나온 ‘베이커스트리트 221B’ 앞에는 여전히 집 대문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관광객들이 있습니다. 그 옆에 셜록과 왓슨의 아지트로 나오는 ‘스피디까페’도 원래는 지역 주민만 찾는 작은 식당이었지만 드라마 흥행에 힘입어 셜록의 행적을 좇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고요.
|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사진=이민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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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작 007시리즈 ‘스카이폴’에도 런던이 주요 촬영지로 등장합니다. 007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본드가 악당을 쫓아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활약을 펼치는 내용입니다. 이전까지의 007 영화는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러시아라는 뚜렷한 적이 있었던 반면 스카이폴은 테러리스트라는 영국을 위협하는 새로운 적,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해야 하는 달라진 시대상황에서 냉전 산물인 스파이의 역할을 고민하는 영화죠. 스카이폴에서는 미술책에서 들어봄 직한 전 세계 유명 회화작품들을 모아둔 내셔널 갤러리가 본드와 영국 해외정보국 M16의 천재 해커이자 무기장비 담당으로 나오는 Q가 만나는 장소로 등장합니다. 이들은 첫 만남에서 갤러리에 나란히 앉아 영국 낭만주의 풍경화 화가 J.M.W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를 보죠. 한때 위용을 떨치던 범선이 운명을 다해 해체되기 위해 끌려가는 모습인데 퇴락하는 본드의 모습을 상징했죠. 실제 이 작품은 내셔널 갤러리 Room 34에 걸려 있습니다.
스카이폴에는 본드가 악당을 쫓아 질주하는 장면에서 런던의 전철인 튜브도 나오는데요. 카메라에 잡힌 튜브 내부 모습은 서울 지하철의 절반 정도로 좁아 보입니다. 그러나 스카이폴이라는 영화는 요금은 비싸고, 내부는 좁고, 공기도 안 좋은 악명 높은 튜브를 ‘런던에 오면 꼭 타봐야 할 것’ 반열에 올려놓았죠.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노팅힐’(1998)도 런던으로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데 한몫했습니다. 이 영화에 남자 주인공이 사는 지역으로 포토벨로 마켓이 나오는데 영화의 감동을 다시금 느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죠. 이 마켓은 주중에는 중고품과 과일, 야채를 주로 팔고, 주말에는 골동품 시장으로 변신하는데 관광지로 유명세를 타서 그런지 물건들의 가격이 싸지 않습니다.
이 밖에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토르2:다크월드’, ‘미션 임파서블 6:로그네이션’도 영화 일부를 런던에서 찍었죠. 몇 백년된 건물과 신식건물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런던은 영화 속뿐만 아니라 실제로 봐도 멋집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가득하면서 파운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영국 경제에는 부정적일지 몰라도 런던 여행을 계획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소식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