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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1일 서울 광화문에 연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단 송년 세미나에서 가상화폐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통화 관련 큰 규제는 법무부가 맡기로 했는데 가상통화 태스크포스(TF) 내에서는 가상통화 거래금지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부처 간 논의 끝에 법적 근거와 시장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가상화폐 투기에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하면서 본격화했다. 24시간 거래 가능한 가상화폐가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며 사실상 전 국민을 상대로 한 ‘도박판’처럼 변했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주요 외신들도 한국을 가상화폐의 ‘그라운드 제로(핵폭탄 폭발 지점)’라고 지칭하며 우려하고 있다. 온종일 비트코인 시세 창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뜻하는 ‘비트코인 좀비’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가상화폐 거래를 정확하게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뒤늦은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도 일지만 정부는 강력한 규제안을 마련해 국민 피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갑작스러운 거래 전면 금지 등 고강도 규제가 발표된다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일 고강도 규제 외치는 정부…가상화폐 거래 금지說까지
지난 4일 ‘가상통화 대책 태스크포스(TF)’에서는 주무 부처가 금융위에서 법무부로 바뀌었다. 구체적인 규제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좀 더 강력한 규제안을 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법무부는 이와 별도로 법무부 법무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내부 TF’도 발족할 정도로 규제안 마련에 적극적이다. 법무부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현재의 가상통화 거래실태를 내버려두면 국민 피해가 크다며 가칭 ‘가상통화거래규제법’ 제정 등 법적 규제를 꼭 만들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현금으로 교환이 보증되는 합법적인 ‘전자화폐’도 될 수 없다고 본다. 현재 거래되는 가상통화는 현금 지급이 보증되지 않고 금액 표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는 내부적으로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거래 금지까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거래 때 연령제한이나 투자금액 제한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이 마약류 거래대금이나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되는 점을 고려해 가상통화를 이용한 범죄에도 엄정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도 기조를 같이하고 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제도권 금융회사는 가상통화 관련 거래에 뛰어들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그동안 가상통화 거래소를 부수 업무로 허용해달라는 금융회사가 여러 곳 있었지만 모두 허용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섣부른 규제도입·실효성 지적도
섣부른 규제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가 규제를 검토한다는 뉴스 하나로 지난 8일 1개당 2500만원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1500만원 이하로 40% 이상 폭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섣부른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비트코인이 가상통화냐, 암호화폐냐, 주식처럼 금융자산이냐를 두고 전문가조차 입장이 정리를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규제 대책을 내놓으면 보나 마나 우왕좌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가상화폐 가격은 한국에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고 각국 거래소에서 24시간 거래된다”며 “한국에서만 규제하면 한국 시장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사실 정부가 금지하더라도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하면 되는 거라 이걸 원천적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과연 효과적일 지는 의문”이라며 “그것보다는 오히려 거래소라든가 아니면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에 대해 규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상화폐의 기술적·산업적 측면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어 구체적인 규제방안을 법무부와 금융위 등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