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달동네 백수청년, 기적은 없다

- 심사위원 리뷰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거침 없는 막장, 충격적 반전
기존 멜로물과는 확실한 차별화
배짱있는 각색 없는 것 아쉬워
  • 등록 2015-11-26 오전 6:15:10

    수정 2015-11-26 오전 6:15:10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리부트’의 한 장면(사진=문화아이콘).


[이미정 극작가]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리부트’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막을 올렸다. 비슷한 제목 때문에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며 고전을 패러디한 가벼운 작품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두 작품은 전혀 다르다.

뮤지컬의 원작은 ‘강도하’의 동명웹툰이다. 뮤지컬뿐 아니라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웹툰은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소설 속 ‘개츠비’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어마어마한 부자가 돼 나타나는 기적(?)을 보여주지만 웹툰의 ‘캣츠비’는 6년을 사귄 사랑한 여인이 있어도 달동네 친구집에 얹혀사는 백수청년이다. 여기선 기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극 중 등장인물의 사랑이야기는 소위 ‘막장드라마’를 떠올릴 정도로 복잡하고 강렬하다.

‘캣츠비’는 어느 날 연인 ‘페르수’에게 이별선고와 동시에 청첩장까지 받는다. 그녀를 잊지 못하던 캣츠비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주는 새로운 여자 ‘선’을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돈 많은 재혼남 ‘부르독’과 결혼한 페르수는 캣츠비 주변을 다시 맴돌며 집착한다. 부르독은 죽은 전처를 잊지 못한 채 페르수와 이기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상태. 한편 캣츠비의 오랜 친구 ‘하운드’는 부유한 유부녀와의 비밀스러운 사랑을 하고, 혼외 임신을 한 페르수는 다섯 등장인물에게 또 다른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전형적인 멜로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이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랑의 민낯’은 기존 멜로물과 확실한 차별화를 주는 관람 포인트이자 재미의 요소이다. 작품은 ‘막장’ 스토리를 이용해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영리함을 보이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등 5인조 라이브밴드의 강렬한 음악에 맞춰 등장인물의 고뇌를 쏟아낸다. ‘끝 그리고 시작’ ‘그림자놀이’ 등 귀에 착착 감기는 뮤지컬넘버는 그 자체로 강점이다. 2층 철골구조로 만든 무대는 여러 장소를 재치 있게 표현한다. 1층은 캣츠비의 달동네 방과 부르독의 고급 저택을 이분화해 조명으로 장면 전환을 한다. 2층에는 원작 웹툰의 유명장면인 캣츠비와 선이 키스하는 버스정류장을 그대로 재현해 원작 팬의 반가움을 자극한다.

다만 복잡한 사건전개를 노래로만 이어가는 ‘송스루 뮤지컬’을 진행하다 보니 노래 한 곡 후 급격한 상황전개가 등장인물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잦은 암전과 장면전환도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웹툰 속 에피소드를 그대로 옮기는 데 치중하기보다 무대만의 언어로 좀더 배짱 있는 각색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리부트’의 한 장면(사진=문화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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