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추산에 따르면 올 한해 전국에 분양(완료한 물량 포함) 예정인 아파트는 총 49만 가구에 달합니다. 이는 2000~2014년 연평균 분양물량 27만 가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지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던 2007년보다 더 많은 아파트가 올해 시장에 공급되는 겁니다. 특히 3분기 수도권에 나온 새 아파트는 전년동기 대비 무려 220.4%나 증가한 7만 313가구랍니다. 지방 5개 광역시 1만 9818가구의 4배 가까운 물량이지요.
분양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단지가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더 비싸게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나온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992만원입니다. 이는 재건축을 제외한 기존 아파트 매매시세 3.3㎡당 934만원 대비 106% 수준입니다. 특히 부산은 17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답니다. 부산의 아파트 시세는 이달 현재 3.3㎡당 809만원 선인 반면 올해 분양한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무려 1427만원입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시장 침체로 지난 몇년간 청약시장에선 아파트 분양가가 비싸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내려 내놓았지요. 지난 2011년엔 시세의 97% 선까지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2013년 111%로 다시 기존 아파트값을 넘어선 이후 3년 연속 100%를 웃돌고 있습니다.
공급과잉·고분양가·시세상승은 부동산시장 호황기에 나타나는 대표적 모습입니다. 하지만 오른다는 것은 반대로 곧 떨어진다는 얘깁니다. 이 대목에서 입주시기가 한꺼번에 몰리는 2~3년 후를 걱정하라고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잔소리로 밖에 안 들릴 겁니다. 다들 알고는 있지만 ‘설마…’ 하는 생각들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시장엔 서서히 변화의 모습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주택 시세와 분양가 상승 부담에 거래량이 줄기 시작했고, 미분양도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융권도 기준금리 변동과 상관없이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를 올릴 예정이랍니다. 모두의 걱정이 ‘2~3년 후’ 보다 더 빨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