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이 갓 지난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택시인 ‘쿱(Coop)택시’가 택시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조합원인 택시 기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자 승차거부 등 고객불편 민원과 난폭운전과 교통사고도 크게 줄었다. 쿱택시는 서울과 인천, 대구의 택시회사 인수를 추진하는 등 빠르게 사세를 키워가고 있다.
기사 처우개선에 민원·사고 급감
서울시에 따르면 불친절·승차거부·부당요금 등 255개 택시회사의 민원건수는 연평균 47건으로 월 4건 수준이다. 이 중 쿱택시와 규모가 비슷한 16개사의 경우 연평균 40건, 월 3.3건 수준이다. 쿱택시는 월평균 2건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출범 초기 발생한 민원으로 현재는 거의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기사 처우 개선을 이유로 꼽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인 택시기사들은 30리터의 LPG를 배급 받아 하루 12시간을 운행한다. 매일 12만~15만원의 사납금을 납입하면서 한 달에 26일을 만근하면 약 120만원의 기본급을 받는다. 교통위반 범칙금이나 교통사고 처리비용은 기사가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사납금 이상 수입이 발생하면 초과매상은 회사와 기사가 각각 6대 4로 배분한다. 추가연료도 기사가 부담한다.
반면 쿱택시는 35리터의 연료를 배급 받고 오전, 오후로 나눠 25일을 운행한다. 사납금은 없다. 월 정산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하루 매상은 모두 납입한다. 기본급은 130만원이며, 50만원의 복지카드를 매달 지급한다. 사고 처리비용은 조합에서 보험으로 처리하고, 기준금액을 넘는 초과매상은 전액 해당 조합원에게 배당된다.
서울 2곳 등 택시회사 인수 추진
쿱택시의 성공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조합 가입신청자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대기중인 가입신청자는 총 424명으로 이 중 다른 택시회사에서 근무 중인 지원자는 178명이다. 박 이사장은 다른 법인택시를 인수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택시는 총량제에 묶여 있어 맘대로 차량을 늘릴 수 없다.
조합이 인수한 택시는 출범 당시 71대에서 현재 78대로 7대 늘어났다. 현재 서울 2곳과 부산, 대구, 인천의 택시회사와 법인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중 서울 한 곳과 부산과 대구의 택시회사는 연내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조합택시는 200여대로 늘어난다. 박 이사장은 내년에는 2000대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조합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면서 택시 가동률도 빠르게 높아졌다. 7월 평균 가동률은 45%이었지만, 8월 50%, 지난달 90%, 이달 들어서는 93%로 높아졌다. 일반 택시회사는 기사 부족 등의 이유로 가동률이 60~70%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동조합 택시가 사납금 제도 대신 전액관리제 및 수익금 배당방식을 도입하면서 조합원들의 처우가 개선됐고 있고, 이를 통해 조합원 확보가 용이해 택시 가동률이 높다”며 “협동조합 택시가 택시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은 최초의 우리사주형 택시협동조합으로 지난 7월 14일 출범했다. 조합원인 택시 운전사가 출자금 2500만원을 내고 이익을 서로 나누는 모델이다. 초대 이사장은 14, 17대 국회의원 및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계동씨다. 지난 4월 회생기업 매물로 나온 ㈜서기운수를 40억원에 인수해 조합의 기반을 마련했다.
용어설명:쿱(Coop) 택시 : 쿱(Coop)은 협동조합(cooperative)과 협동·협력(cooperazione)을 뜻하는 이탈리어어 약자에서 따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