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콧대높은 이케아 난관에 빠지다

  • 등록 2015-01-04 오전 10:18:03

    수정 2015-01-04 오전 10:18:03

이케아 광명점 앞 도로 사진=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가구 공룡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난관에 빠졌다. 지난달 18일 개장일부터 큰 혼잡을 빚었던 교통난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광명시는 오는 7일까지 교통난 해소를 위한 대책을 제시하라고 이케아에 공문을 보낸 상태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오는 16일부터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교통난은 이케아 광명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해당 지자체인 광명시도, 세계 최대 매장을 낸 이케아 코리아 측도 손 놓고 있던 측면이 크다. 이뿐 아니다. 이케아코리아는 개장전부터 ‘불편함을 판다’는 미명하에 오만함(?)을 여러차례 드러냈다.

먼저 배송을 보자. 온라인 홈페이지는 있지만, 온라인에서 이케아를 살 수는 없다. 오프라인 판매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직접 와서, 사가지고 가서 조립·설치하라는 DIY(Do it yourself)를 강조하고 있다.

만약 꽉 막혀있는 교통체증을 뚫었더라도 사가려는 제품의 크기나 갯수에 따라 차에 다 싣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배송서비스를 받아야 하지만, 배송료 책정 시스템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각자 궁금한 이들이 고객센터에 자신의 집주소를 부르면 배송료가 산출되는 구조인데, 몇 km당 얼마나 늘어나는지 알 수 없다. 하다못해 택시를 타더라도 기본료 3000원에 m당 요금정도는 결정돼있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이케아 코리아 관계자는 “정확한 배송료 산출 시스템은 아직까지 공개할 수 없다”는 ‘비밀주의’만을 지나치게 고집하고 있다.

배송비 수준도 문제다. 기본 2만9000원부터 거리에 따라 부과된다고 하지만, 광명에서 인천까지 8만원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이케아 배송을 대행하는 곳은 CJ대한통운(000120)과 경동택배다. 이들은 이케아가 진행한 공개입찰에서 선정된 곳들로 이들이 입찰당시 배송비를 과다하게 써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불편함을 판다’는 이케아의 철학을 실천한다면서 대부분의 배송료를 이케아가 가져가는 구조일 개연성이 높다. CJ대한통운 등 택배사들은 이케아와 관련한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계약상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 배송을 담당하는 차량이 얼마나 되는지, 배송수요는 얼마나 되는지 등도 ‘함구’한다. 심지어는 이케아 한국 상륙과 관련, CJ대한통운은 배송업체 선정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맞다, 아니다’ 답할 수 없었다. 6개월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케아 입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을 뿐이다.

조립과 설치서비스는 아직 개시조차 되지 않았다. ‘불편함을 판다’는 이케아 철학에 비춰보면 의도적(?)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면, 언제부터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게 맞다. 이케아 코리아는 “조립과 설치서비스는 언제부터 가능할 지 모르겠다. 검토중이다”고만 답하고 있다.

가구공룡 이케아로 한국에 상륙했지만, 정작 서비스나 교통대책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영업정지 위기에 봉착한 이케아는 가구전문점 타이틀로 대형마트 의무휴업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불편함을 판다’는 이케아의 실상은 대형마트 등에서 구할 수 있는 생활소품 판매가 60%를 차지한다.

해외에서 살다 온 사람들은 서비스는 한국이 최고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길고, 회식은 잦다. 이런 생활패턴을 가진 한국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을 판다’는 이케아의 철학이 성공할 지, 아니면 이케아의 전략이 바뀔 지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케아가 좀 더 친절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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