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안 움츠려 있던 우리 몸은 환절기 큰 기온 차와 계절의 변화에 맞춰 생체리듬이 변하면서 심한 피로를 느끼게 된다. 특히 이 시기에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때마침 활발히 활동을 시작한 바이러스의 공격 목표가 되기 쉽다. 김기환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남효경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도움말로 봄철에 주의해야 할 바이러스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 A형간염, 감기로 잘못 알면 안돼
A형 간염은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통적으로 봄에 많이 유행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A형간염 환자는 총 1만5041명으로 전년 대비 91%나 증가했다. 전문가들과 보건당국은 A형간염 환자는 해마다 2월부터 증가해 5월과 6월에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A형간염은 소아에서는 거의 증상이 없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초기에는 발열과 오한,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가 심해지면 식욕이 떨어지고 복통, 구역질, 구토, 설사 등으로 악화된다. 또한, 아주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황달과 함께 소변색이 짙어진다.
A형간염은 대부분 대변이나 입을 통해 전파된다. 하지만,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한 감염도 가능하며, 이미 A형간염에 감염된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문제는 과거 환경위생이 청결하지 못한 시기를 보낸 40~50대는 자신도 모르게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 항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10대부터 30대 사이의 젊은층은 비교적 깨끗한 환경에서 성장과정을 거쳐 항체 보유율이 20% 미만에 그친다는 점이다.
◇ 수족구병, 5살 미만 영유아에게 특히 취약
수족구병은 봄이 되면 어린이집을 비롯해 유치원에서 급속히 퍼져 5살 미만의 아이를 가진 부모는 조심해야 한다. 심하면 사망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족구병은 장(腸)내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으로 주로 생후 6개월에서 5세까지의 영유아들에게 나타난다.
주요 증상은 수포다. 3~5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손바닥, 손가락의 옆면, 발뒤꿈치나 엄지발가락 그리고 입안에까지 수포가 생겨난다. 수포는 쌀이나 팥알 크기 정도인데 가렵거나 아프지는 않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고통을 호소하지 않아 바이러스가 혈관을 타고 몸 곳곳으로 퍼져 뇌수막염이나 간염을 일으킬 수 있다.
◇ 수두, 과거 예방접종 여부 확인해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마다 우리나라 초ㆍ중ㆍ고생의 77%가 수두를 앓는다. 10명 중 8명이 수두로 병치레한 셈이다. 수두는 보통 10살 이하의 아이들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수두에 걸릴 수 있다.
수두백신은 2005년부터 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됐지만, 2005년 이전에는 선택 사항이었던 만큼 2005년 이전에 필수예방접종을 마친 현재의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은 수두예방 백신을 안 맞았을 수도 있다.
수두는 제2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될 만큼 전염성이 크다. 수두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2~3주이며 발열, 권태감 등의 증상이 있고 나서 1-2일 이내 특징적인 수포성 발진이 몸통과 얼굴, 두피에 나타나고 온몸으로 퍼지게 된다.
보통 10일 이내에 딱지가 생기면서 호전된다. 수두 발진은 매우 가려우므로 긁다가 이차적인 세균 감염이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아이의 손톱을 짧게 깎아 피부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하며, 가려움증의 조절을 위해 ‘칼라민 로숀’을 발라 주는 것도 좋다. 드물게 폐렴, 뇌수막염, 혈소판감소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낫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염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수두는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환자의 면역이 저하됐거나 만성 질환을 앓는 경우라면 발진 시작 24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