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환 ‘사라져가는 문자들의 정원’(사진=안양문화예술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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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경기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이 공공예술의 메카로 거듭난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은 국제공공예술행사인 ‘제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를 28일 개막해 6월 8일까지 연다. 이번 APAP의 주제는 ‘퍼블릭 스토리’다. 총 27개팀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해 신작 24점을 포함,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가장 시선이 집중되는 장소는 이날 동시에 개관하는 김중업박물관과 지난해 10월 재단장해 문을 연 안양파빌리온이다.
김중업박물관은 한국 현대건축가로는 처음으로 유럽에 진출했던 건축가 김중업을 기념하는 곳이다. 그가 설계한 유유산업 공장이 있던 예술공원 한가운데 593㎡(약 180평) 부지에 2층으로 들어섰다. 1층에는 아카이브·멀티터치 테이블 등이 있고 2층에는 도면·사진·건축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김중업은 1960~70년대 개발독재 정권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하지만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부실공사를 지적하면서 미움을 사 1971년부터 1979년까지 프랑스에서 도피생활을 해야 했던 사연이 있다. 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숨겨진 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 안양파빌리온 내부. 골판지로 만든 원형의자가 특징적이다(사진=안양문화예술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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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파빌리온은 원래 ‘제1회 APAP’ 때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이름을 딴 ‘알바로 시자홀’로 설립돼 운영되던 곳. 그러나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다가 이번에 이름을 바꾸고 시민들을 위한 공공예술 체험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골판지 종이로 만든 대형 원형의자가 이 공간의 상징이다.
이밖에도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역작이 예술공원 곳곳에 흩어져 있다. 벨기에 출신 오노레 도의 주차 차단기 3개와 모래주머니, 조약돌과 영상 설치물은 일반인의 출입을 불허하는 유적지 규정을 비튼 작가만의 유머러스한 해법이다. 배영환의 ‘사라져가는 문자들의 정원’은 유유산업 공장의 일부였던 24개의 기둥을 사용한 설치물이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문자를 상징한다. 미국 앤소니 맥콜의 ‘페이스 투 페이스’는 프로젝션을 사용해 2차원의 궤적과 3차원의 기하학적 공간을 형성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기획한 백지숙 예술감독은 “공공예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한 결과”라며 “대형 신규작품을 설치하기보다 기존 작품을 리모델링하고 리스토리텔링해 가치를 재발견했다”고 설명했다. 031-687-0500.
| 오노레 도의 모래 주머니 설치작품(사진=안양예술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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