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펀드, 재형저축펀드 우려 밟을까

소장펀드 출시 열흘째.. 업계 우려 반 기대 반
"미래 중산층만 타깃.. 소득 제한 바꿔야" 우려도
  • 등록 2014-03-27 오전 7:10:00

    수정 2014-03-27 오전 7:1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소득공제장기펀드(이하 소장펀드)가 출시된 지도 열흘째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 속에서도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며 ‘절반의 성공’을 자축하고 있다. 그러나 제 2의 재형저축의 행보를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6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소장펀드로 지난 17일부터 총 67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인기몰이를 한 가치주펀드 ‘한국밸류10년 투자’나 ‘신영마라톤펀드’ 등으로 자금이 몰렸다.

소장펀드는 연말정산 시기에 납입 금액의 40%(최대 24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다.

5년 이상 투자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최대 39만9000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탓에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의 서민 투자층의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업계에서는 소장펀드가 재형저축펀드의 악몽이 부활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충북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신 모(29) 씨는 “언제 결혼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다 일정 자금을 묶어두기엔 내 생활의 여력이 없다”며 “상품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 5년 이상 묶어둘 수 있는 자금의 여력이 없는데 펀드라니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 이 모(30)씨는 “지난 번 펀드의 경우,3년 짜리였는데 2년간 높은 수익률을 보이다 마지막 1년 동안 그야말로 죽을 쒔다”며 “펀드에 투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소득공제 혜택만 보기에는 국내 주식형펀드에 자금을 묶어두기 불안하고 5년 이상이라는 기간도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재형저축의 실패를 경험한 펀드가 초기부터 펀드 불신에 밀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게다가 젊은 투자층에 대한 ‘펀드’ 상품의 제고 없이 신제품을 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면 소장펀드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는 누구일까?

지금 소장펀드가 연봉 5000만원선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오히려 연봉 5000만원 이상을 받는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 고객들이 소장펀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스스로 아이들 교육비와 세금,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여윳돈도 없는데 연봉 절대수치로 ‘중산층’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연말정산에 관심이 높은데다 이렇다 할 노후 대책이 없다는 점을 들며 자신들이야 말로 ‘소장펀드’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김 모(40)씨는 “연봉이 5000만원을 넘지만 대출금에 자녀 교육비를 제하고 나면 20대 시절보다 유동성이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연말 정산에서 추가로 금액을 내고 세제 혜택이 있는 소장펀드에 관심을 가졌는데 중산층이 아니라서 안된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통계에는 5000만원이 전체 근로자 87%를 포괄하고 있다고 나오지만 실제로 연봉 5000만원에서 7000만원 사이에 노후 자금이 필요한 중산층, 베이비부머 시대의 가장들이 많다”며 “수요 기반을 포함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가입자격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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