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김병재의 문화칼럼
  • 등록 2012-03-07 오전 8:21:56

    수정 2012-03-07 오전 10:41:07

얼마전 부친상을 치른 친구로부터 문자하나를 받았습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라는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남긴 글이었습니다. 친구는 이 글귀를 되새기면 살아 생전 아버님께 효도를 다 하려고 했는데 훌쩍 떠나보내고 말았다고 후회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님께 못한 효도를 우물쭈물하지말고 어머님께 하겠노라 다짐했습니다.

 떠난 뒤에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이런저런 구실로 때를 놓치기 십상입니다. 때를 놓치면 대개는 실패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비극을 초래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선왕을 살해한 왕을 죽이겠다는 복수계획 없이 우물쭈물합니다. 그 사이 햄릿은 사랑하는 여인, 오필리어의 부친을 원수로 착각해 살해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오필리어는 아버지의 죽음과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합니다. 결국 햄릿도 오필리어의 오빠가 휘두르는 독바른 칼에 죽고 맙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은 사과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234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중 생존자는 56명밖에 남지않았습니다. 지난해에만 16명이나 숨졌습니다. 만일 위안부 할머니들 모두가 운명을 달리할 때까지 사과를 안 한다면 일본은 두고두고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요즘 우물쭈물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명숙대표를 포함한 야당 지도자들은 얼마전에 주한 미국 대사관으로 달려가 한·미 FTA 무효화 시위를 벌였습니다. 노무현 정부시절 총리로서 FTA 반대 시위를 강력히 비판했던 한 대표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며 정반대를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노정권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는 책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에서 “노무현은 한미FTA 를 죽이려하지 않았다”며“한미FTA를 시장의 역동성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신정아사건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받았다는 변양균씨도 책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을 통해 “ 한미FTA는 우리 경제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과 개방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한 대표는 노정권 때 한미FTA를 밀어 붙친게 잘못됐다고 먼저 사과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한대표는 주저하고 있습니다.

 우물쭈물하긴 이명박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심각합니다. 이대통령은 최근 취임후 4년을 되돌아보는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친ㆍ인척 및 측근 비리와 관련해선 “국민께 할 말이 없다”는 정도로 끝냈습니다. 공식 사과가 없었습니다. 특히 내곡동 사저 파문에는 “챙기지 못한 게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며 어물쩡 피해갔습니다. 국민에게 진정으로 용서와 이해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현직판사가 한 국가의 대통령을 “가카쌔끼”라고 욕을 하는 세상입니다. 우물쭈물하다간 더 한 막말을 안듣는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인간사 타이밍입니다. 때가 있는 법이죠. 공부도, 농사도 심지어 햇볕에 건초를 말릴때도 그렇습니다. 사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저하거나 망설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때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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