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수소차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전기차에 비해 아직 수요 전환이 더디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미래차라는 인식하에 완성차 업체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 |
|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향후 10년간 수소 사회 전환에 5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1월 열린 CES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를 공개하고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 HTWO 그리드 솔루션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이 전략을 더 구체화했다.
현대차는 국내 유일 수소전기(FCEV) 승용차 ‘넥쏘’의 신형 모델을 내년 5월 양산,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최근 들어 수소차 신차 출시가 지연되면서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4.1% 감소한 5621대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장기적으로 트램, 선박, 경비행기, 발전기, 중장비 등 다양한 이동수단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4분기부터 가동을 시작하는 미국 조지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는 친환경 물류체계인 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도입한다.
중국 시장 공략도 강화한다. 중국 광저우 HTWO 공장에 6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수소전지연료차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크다”며 “안정적인 생산을 통해 중국 상용차 업체들의 수요를 흡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사진=현대차) |
|
해외 완성차 기업들도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토요타와 독일 BMW가 수소 기반 연료전지차(FCV) 관련 제휴를 강화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토요타는 BMW에 수소 탱크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BMW는 수년 내 FCV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BMW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X5를 기반으로 한 수소차 모델 ‘iX5 하이드로젠’을 개발 중이다.
2021년 수소차 생산을 중단했던 일본 혼다 역시 3년 만에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혼다는 대표 SUV 모델 CR-V의 수소차 버전인 ‘CR-V e:FCEV’를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 출시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원리와 같이 수소연료전지로 달리지만, 전기를 충전해 배터리만으로도 달릴 수 있는 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완성차 업계에서 다시 수소차에 뛰어들고 있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아직 상용 모델로 활성화하기에는 생산·이동·저장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미래 시장 선도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