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태원 이혼 판결 경정…실수에 관대한 사법부

  • 등록 2024-06-19 오전 5:30:00

    수정 2024-06-19 오전 5:30:00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결과를 두고 재판부가 판결문 일부를 수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는 18일 “판결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가 나중에 발견돼 이를 사후에 경정함으로 번거롭게 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판결 경정 결정은 가능하고 재산분할 비율 및 대상 등 재판 결과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전날 최 회장 측이 ‘재산분할 기준 수치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 것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재판장도 사람인만큼 실수할 수 있다. 2022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판결서에 오탈자를 바로잡는 결정 등의 경정(민사신청)은 2012~2021년 한 해 평균 1만9108건에 이른다. 법원이 스스로 귀책을 인정해 고친 직권 경정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더 올라간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세기의 이혼’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었다. 재산 분할 액수가 천문학적인 만큼 재판부가 ‘단순 오류’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사안이 중대하다. 특히 가사2부는 판사 1명으로 구성된 단독 재판부가 아닌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다. 사법부를 신뢰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복잡한 이혼 소송 재산 분할 과정의 계산식만큼 사법부가 초보적 실수를 저지르고 혼란을 초래한 부분에 대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 회장 측의 상고 결정으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소송법상 이런 ‘경정 결정’에 대해선 별도 항고(이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고 상고심에서 함께 모아 심리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흔들린 재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측 입장, 재판부의 판단까지 더해 재산 형성 기여도 및 재산 분할 비율 등을 정교하고 까다롭게 따져 봐야 한다. 실수에 관대하기보다 엄격한 사법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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