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에 자취 감춘 中 글로벌기업들, 기회만 엿본다

텐센트·알리바바 등 패권 경쟁·규제 리스크에 주가 뚝
부동산 경기 침체에 중국 대형 은행도 시총 줄어들어
핀둬둬 등 기업들 등장, 정부 주가 부양 지원도 기대
  • 등록 2024-02-01 오전 5:15:00

    수정 2024-02-01 오전 5:15:00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미국과의 패권 경쟁 여파와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따른 경기 침체에 중국 기업들의 수난사가 계속되고 있다. 한 때 세계에서 맹위를 떨쳤던 중국의 기술 기업들은 다른 해외 첨단 기업들이 약진하는 동안 대내외 악재에 움츠러들었다. 중국 정부가 기술 혁신과 주가 부양에 나서고 있어 다시 반등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일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1월 26일 기준 전세계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에서 중국 기업은 텐센트홀딩스와 구이저우마오타이(귀주모태주) 두곳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텐센트홀딩스,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3곳이 있었는데 이중 은행 기업 두곳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업 한곳이 등장했다.

중국 기술 기업인 텐센트홀딩스 시총은 2019년 3770억달러(약 503조원)에서 올해 3582억달러(약 478조원)로 큰 차이가 없지만 순위는 4위에서 23위까지 미끄러졌다. 같은 기간 다른 기업들이 풍부한 유동성과 기술 발전을 향유하며 몸집을 크게 끌어올렸는데 중국 기업만 뒤쳐진 탓이다. 2019년 시총이 3629억달러(약 484조원) 텐센트보다 한단계 순위가 낮았던 알파벳은 올해 8175억달러(약 1091조원·7위)로 텐센트를 저 멀리 뛰어넘었다.

텐센트홀딩스 역시 2021년 시총이 6916억달러(약 923조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중국 내부에서 기술 기업에 대한 강한 조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갔다. 미국이 기술 선도 경쟁을 벌이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수출을 제재한 점도 영향을 줬다.

순위표에는 없지만 한때 중국의 최고 가치 기업이었던 알리바바도 비슷한 길을 갔다. 알리바바는 2018년초 시총이 5000억달러(약 667조원)를 돌파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과 세계 선두권 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알리바바 역시 중국 당국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고 현재 시총은 절반도 안되는 1800억달러대에 그친다.

중국 부동산과 함께 성장했던 대형 은행들은 아예 순위표에서 모습을 감췄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국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2019년 시총이 2072억달러(약 276조원)였던 중국공상은행은 현재 1939억달러(약 259조원)로 감소했다.

중국 상하이증시에서 시총 1위인 구이저우마오타이가 세계 시총 순위에서 그나마 선방한 정도다다. 다만 고점이었던 2022년 4088억달러(약 546조원)에 비하면 현재 3045억달러(약 406조원)로 오히려 줄었다. 중국 대표 술인 백주를 만드는 이 기업은 현지 경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국은 해외에 상장된 대형 기술 기업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국내 증시도 부진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초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는 최근 수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긍정적인 요소도 감지된다. 알리바바는 최근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의 주식 매입 등 활동으로 주가가 반등하고 있고 전자상거래 기반 핀둬둬 같은 새로운 기업들이 생겨나 시총을 불리고 있다.

중국 정부도 주요 기업과 증시에 대한 부양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1월 30일 회의를 열고 상장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우량 상장사 지원을 늘리고 자본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이차이)은 “최근 국유자산감독관리위 등 부처들이 시장 안정과 신뢰를 위해 적극 발언하고 정책을 도입하면서 투자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며 “단기 시장은 일정한 회복 모멘텀을 가지고 있어 중기 성과에 대해 비관할 필요가 없다”고 보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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