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건너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3년째 살고 있는 김모(70)씨는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집 안에 있는데도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었다. 문틈을 타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웃풍에 김씨의 방은 마치 밖인 듯했다. 김씨는 새해 바람을 묻는 질문에 “빨리 봄이 와서 날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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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영하권의 날씨에 찾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는 서늘함이 가득했다. 골목 곳곳에는 강추위에 동파를 대비하라는 안내문구가 담긴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져 있었다. 추운 날씨에 대부분 쪽방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주민들은 집 안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은 채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추위가 엄습할 때 화장실은 쪽방촌 주민에겐 가장 큰 불편 중 하나다. 화장실에는 따뜻한 물이 나오지도 않고 기온이 더 떨어지면 동파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이씨는 “겨울에는 도저히 추워서 씻을 수가 없다”며 “근처 목욕탕이나 시설 샤워실에 가서 샤워하고 오는 게 전부”라고 부연했다. 이어 “화장실이 동파될 경우 길거리에서 노상방뇨를 통해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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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쪽방촌 주민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건 지역사회의 손길이다. 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시립 쪽방상담소에서는 혹한기인 1월부터 2월 말까지 동네 목욕탕을 섭외해 매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밤추위 대피소’를 운영하고 있다. 쪽방촌 주민은 이곳에서 잠을 자거나 야간 목욕을 할 수 있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봉사단체 역시 쪽방촌을 방문해 패딩 등 방한용품과 전기장판 등 단열도구를 기부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지역사회의 도움에도 이들에게 추운 겨울은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주거환경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불편함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3년 전 동자동 쪽방촌을 공공주택사업으로 정비해 쪽방 세입자를 위해 임대주택 125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동자동 쪽방촌 소유주들의 반대로 아직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민간개발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가까이 동자동 쪽방촌에 살고 있는 70대 이모씨는 “공공주택이 들어와서 추위와 더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한참인데 소식이 없다”며 “내가 죽을 때까지 될지 모르겠다”고 허탈한 웃음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