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406호 대법정. 피고인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사람은 ‘일일 판사’로 나선 배심원이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는 배심원 7명과 예비 배심원 1명이 법대 좌측에 두 줄로 나란히 앉았다. 방청석에는 기자를 포함한 12명의 그림자 배심원이 국민참여재판 전반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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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시작에 앞서 판사는 “배심원 여러분이 혹시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편견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이 사건에서 보이는 증거 서류와 증언에 따라 사실 판단을 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검찰 측과 박씨 측은 쟁점이 될 수 있는 법리들과 증거자료를 프레젠테이션(PPT)으로 설명하며 불꽃 튀는 공박을 벌였다. 검찰 측은 피고인이 폭력 및 교통사고 전력이 다수 있음을 부각하는 한편 엄벌을 호소하는 피해자 아내의 탄원서를 증거서류로 제출했다. 박씨 측은 피해자가 오토바이 앞으로 뛰어들자 두 차례 브레이크를 밟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재생하며 고의성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10시간 가까이 이어진 재판 끝에 배심원단은 특수상해는 무죄, 모욕죄는 유죄로 보고 150만원 벌금형 선고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도 이를 존중해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국민참여재판에 대체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30대 여성 김모씨는 “재판 과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사실 재판에 들어오기 전에는 피해자의 입장에 마음이 치우칠 줄 알았는데 증거물에 입각해 의견을 정하다 보니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조모씨는 “법정 용어에 대해 설명을 잘 해주셔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며 “법원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