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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찰에 따르면 대통령실을 관할하는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된 관내(용산구) 집회·시위는 올해 1~4월 1871건으로 월평균 약 468건에 달한다. 넉 달 새 이미 2021년 연간 2516건 대비 74%를 넘겼고, 지난해 3407건 대비 절반을 넘어서는 등 갈수록 증가세다. 이 추세라면 올해는 연간 6000건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이에 비해 서울 종로경찰서에 신고된 관내 집회·시위는 지난해 4월 517건에서 올해 4월 354건으로 3분의 1가량 줄었다. 청와대 앞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주로 열리던 집회·시위가 대통령실 이전 이후 용산 일대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용산 대통령실 앞은 대규모 집회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인근 삼각지역 일대 도로 점거가 이뤄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곳에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이어지는 약 4㎞ 구간의 한강대로와 세종대로도 연속 집회와 행진으로 인해 수시로 도로 점거가 이뤄지다 보니 일대 주민과 상인들은 피로감 호소와 함께 주거권과 영업권을 침해받는다고 호소한다.
특히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주최 측 추산 약 3만명 규모로 서울 도심 속 ‘1박2일 노숙집회’을 강행하면서,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도 극심한 소음 속에서 교통 혼잡 등 통행의 불편함을 겪었다. 택시기사 유모(67)씨는 “과거처럼 광화문 일대에서만 집회하지 않고 최근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까지 현수막을 들고 몰려다니며 대규모 행진하는 시위대가 늘면서 시내 교통체증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광화문역 일대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70대 박모씨는 “바로 옆에서 수시로 집회를 하니까 귀마개를 해도 조그만 공간 안에서 매일 소음에 시달리는 스트레스가 크고 손님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욕설·쓰레기 집회 좀 그만…“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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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집회의 후폭풍이 지나간 뒤에도 일부 집회 양상은 바뀐 게 없었다. 이데일리가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도심 주요 집회 현장을 돌아본 결과, 시민들은 귀를 찌르는 소음과 욕설, 널부러진 쓰레기 등에 고통을 호소했다. “5·18 민주팔이 종자들 입 처닫는 것이 당신들의 정의인가” 등과 같이 욕설과 막말담은 현수막이 버젓이 걸린 건 물론, 마이크를 잡은 집회 참가자 일부도 서슴없이 “XXX”, “빨갱이”, “뒈져라” 등 욕설을 내뱉었고 맞불집회 당사자들끼리 욕설을 주고 받으며 충돌했다. 지난 20일 동화면세점 앞에서 만난 조모(41)씨는 “아이들도 있는데 욕설은 좀 자제해야지, 저런다고 사람들이 공감하나”라며 “일반 시민들의 일상을 다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시위로 인한 교통체증까지 더하면, 일반 대중들의 집회·시위 스트레스는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단 말도 나온다. 다만 집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 사이에선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집회·시위를 옥죄는 방식보단 참가자들의 성숙한 문화 확립이 더 중요하단 인식이 많았다. 청계광장에서 만난 김모(43)씨는 “정치색 있는 집회도 여전히 많지만 있지만 주제가 다양해진 것 같다”며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고 집회 참가자들은 시민 편의도 고려해 에티켓을 가지면서 진행하면 좋겠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대가 변화했기 때문에 과거 방식의 집회·시위 문화를 그대로 이어가면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소음과 과격성 등 문제를 단지 ‘표현의 자유’로만 존중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집회 문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제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는 시대”라며 “쾌적한 주거 환경 등 평온권을 훼손하고 불편함을 끼치는 특정 계층과 집단이 독점하던 관행은 버리고, 사회 구성원을 배려하는 집회·시위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