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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반복하게 되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케이팝 왜 하세요?
질문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행위의 본질적 이유가 진심으로 궁금해 묻는 ‘왜’와 딱히 행복해 보이지도 않고 자주 고통스러워 보이는 이들 앞에서 문득 한숨처럼 뱉게 되는 ‘왜’다. 힘들고 괴롭고 지친다면 쿨하게 이별을 고하고 돌아서면 될 것을, 케이팝을 만들고 행하고 추앙하는 사람들은 때마다 죽지도 않고 돌아와 다시 케이팝 앞에 서서 울고 웃는다.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 제작에 합류하게 된 데에는 그 ‘왜’에 대한 답변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다. 책상 앞에서 추측하고 넘겨짚는 게 아닌, 사람들의 입으로 직접 그 답을 듣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큐멘터리의 첫 화를 ‘덕질’로 시작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개인적으로 제작에 합류하기 전에 결정되어 있던 상황이라 이런 말을 하긴 좀 쑥스럽지만, 아마 다른 배치였다면 생떼를 써서라도 어떻게든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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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말했다. 케이팝을 이야기할 때 관용어구처럼 따라오는 국적과 인종, 성별을 초월한 이들이었다. 사랑을 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 않냐고, 덕질은 힘든 현실을 버티게 해주는 행복의 덮어쓰기라고, 사람이 성숙해 가는 과정이 아니냐고, 다시 시련이 찾아온다 해도 계속 덕질을 하며 내 삶의 새로운 챕터를 써갈 거라고. 덕질을 통해 단순한 동경을 넘어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멀게는 자신의 진로까지 바꾼 이들도 말했다. 케이팝이라는 매개를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자기 고양감을 느끼는 이 모든 경험이 너무 소중하다고.
음악에 대한 사랑,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 우연한 기회 등 각자의 이유로 케이팝을 하게 된 이들이 ‘왜’라는 질문 앞에 내놓은 대답 속 가장 진하게 어린 건 다름 아닌 책임감이었다. 나를 선택해준, 나를 지원하고 지지해주는, 나아가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준 마음에 대한 책임감. 말 한마디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오늘과 내일이 걸린 사람의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단어였다. 한편 그런 그들을 지원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스태프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느끼는 보람을 말했다. 뮤직비디오 세트를 수십 번 수정하고 일주일에 새 무대 의상만 대여섯 벌을 만들며 농담처럼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면서도 이들은 여전히 케이팝이 좋고 앞으로도 계속 케이팝을 하겠다고 말했다. 화사의 말처럼 ‘태생적으로 이 일을 사랑하게끔 태어난 사람들’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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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차우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
②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야? / 김선형 PD·머쉬룸 컴퍼니 대표
③케이팝 뒤에 사람 있어요 / 하박국 스토리 프로듀서
④케이팝, 구멍이 뚫린 상자 / 이예지 머쉬룸 컴퍼니 대표
⑤“케이팝, 왜 하세요?” / 김윤하 스토리 프로듀서
⑥그래서, 케이팝은 어떻게 되나요? / 임홍재 제작 책임 프로듀서